신간│병서, 조선을 말하다
조선사를 꿰뚫는 키워드 '병서'
현대인들은 조선을 전통을 중시한 보수적인 나라로 생각한다. 하지만 조선은 생각보다 유연한 나라였다. 임진왜란 이후 간행된 병서들을 살펴보면 중국의 신식 무기와 전술, 왜검 등 일본 무기까지 필요하다면 왕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임진왜란은 조선 사회를 뿌리부터 뒤흔든 대형 사건이었다. 일본의 침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조선 초기 주적은 북방 여진족이었다. 모든 군대 시스템이 여진족을 대비하는 데 맞추어져 있었다. 조선군의 주요 전술도 소규모 전투 중심이라 대규모·장기간 전쟁에는 알맞지 않았다. 게다가 조선은 화약 기술이 상당히 발달했는데도 기술이 유출될 것을 우려해 조총 등 화약무기 활용에는 소극적이었다. 일본군은 조총 부대를 선두에 세워 선제 사격을 가한 뒤, 단병접전을 펼치는 전술로 쉽게 승기를 잡았다. 조선에 파병되었던 명의 원군도 전술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퇴했다. 임진왜란의 흐름은 근접전에 능한 절강보병(浙江步兵)을 동원한 조명연합군의 평양성 탈환 전투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절강병법이 일본군에 대항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입증되자 조선은 중국 명장 척계광이 쓴 '기효신서'를 받아들여 '무예제보' '무예제보번역속집' '병학지남' 등의 병서를 편찬했다.
병서는 말 그대로 군대에 관한 책이다. 역사는 평화롭게 흐르지 않는다. '병서, 조선을 말하다'는 조선 건국부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정조의 개혁 정치, 쇄국과 문호 개방 등 조선 500년을 훑으며 굵직한 사건들과 조선 내외의 정치·사회 변화의 맥을 짚어보고, 시대에 발맞추어 등장한 병서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조선시대 주요 병서를 소개하고, 병서에 반영된 조선의 모습을 생생하게 읽어낸다. 저자는 책에서 "전통 시대 병서에는 가장 사실적인 과거와 현재, 미래가 오롯이 담겨 있다"면서 "조선시대 병서는 당대의 삶을 가장 충실하게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