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인류세의 모험

인류는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18-05-04 10:05:32 게재
가이아 빈스 지음 / 김명주 옮김 / 곰출판 / 2만5000원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얼마 전 영국의 한 저널리스트가 마하트마 간디를 찾아왔다. 그가 독립된 인도가 영국처럼 잘 사는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지 묻자 간디는 "아니오"라고 고개를 저었다. 간디의 대답은 단순명쾌했다.

"영국처럼 작은 나라 하나가 지금처럼 살기 위해 지구의 절반이 필요한데, 인도가 영국처럼 살려면 지구가 몇 개는 더 있어야 할 거요."

우리는 지금 이런 지구적 물음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해부학적인 현대 인류는 거의 20만년 전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불분명했다. 인류는 수만년 동안 거대한 네안데르탈인을 포함한 사촌 종들과 지구를 공유했다.

7만4000년 전 인도네시아 토바에서 초대형 화산이 폭발해 거의 모든 인류가 죽었다. 지구의 인류는 몇천명 수준으로 줄었다. 3만5000년 전 오늘날 사람들과 구별이 불가능한 진정한 현대인류가 나타나 아프리카 밖으로 이동했다.

약 300세대 전인 1만년 전 농경이 발명됐을 때 인류는 약 100만명이었다. 5500년 전 인류는 500만명으로 늘어났고 최초의 거대 문명이 발생했다.

세계 인구가 10억명으로 늘어난 150년 전 산업혁명이 일어나 인간과 짐승의 노동을 기계가 대체했다. 석탄에서 시작해 석유로 이어진 화석연료 사용은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으로 내뿜어 지구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2차대전 이후만큼 인간의 영향이 큰 규모와 빠른 속도로 환경을 변화시킨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인구 팽창, 세계화, 대량생산, 기술통신 혁명, 농업과 의료 발전의 결과였다.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으로 불리는 인간 활동의 폭주가 시작됐다. 세계 인구가 처음 10억명이 되기까지 5만년이 걸렸는데 최근에는 10억명이 불어나는 데 단 1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인간의 영향은 대규모 멸종, 바다의 화학적 변화, 사라지는 숲, 늘어나는 사막, 강을 가로막는 댐, 빙하의 후퇴와 가라앉는 섬들로 나타나고 있다. 네덜란드 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이 새로운 지질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현세인 충적세에 이어 자연환경 파괴로 인류가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라는 뜻이다.

지구를 포함한 생물권은 인류를 100억명까지 떠받칠 수 있지만 약육강식과 양극화가 극심한 인간사회의 특징은 그것조차 어렵게 한다. 과연 인간은 지구환경이 허용하는 한계점까지 번식하고 그 이후에는 멸종할까? 아니면 우리의 자연적 충동, 영향, 환경을 조절하면서 이 행성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 이외 다른 생물종, 자연환경과의 관계는 어떨까?

인류가 1만년 만에 최대 도전에 직면한 시대, 저자는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지 '지구의 심장'을 찾는 긴 여행을 시작한다. 히말라야산맥의 인공빙하에서부터 몰디브해의 전류가 흐르는 산호초, 카리브해의 쓰레기섬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주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을 만난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 시대의 가장 심오한 질문을 제기하는 아름다운 여행기. 마치 "봐! 네가 세상에 무슨 짓을 했는지?"라고 묻는 것 같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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