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연안해양생태계 난개발 막아야

2018-05-14 10:55:06 게재

종합공간계획 시급

연안생태계 국제회의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선언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 연안해양생태계와 남북협력에 대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해양개발에 대한 기운이 북으로 확장되면서 생태계 파괴 위험도 커질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해양개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양창호))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설 훈)가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지속가능한 연안해양생태계와 남북협력' 워크숍에서 남정호 KMI 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연안 및 해양에 대한 종합공간계획'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양수산부도 지난 3월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로 해양생태계가 파괴돼 수산자원이 감소하고 있다는 어업인 항의 등을 받아들여 지속가능한 해양개발을 위한 장치로 합의됐다.

김종성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도 주제발표에서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이 공동 관리하는 북유럽 바덴해(Wadden Sea)처럼 남북도 갯벌훼손을 방지하며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꾸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바덴해 보호구역과 독일 국립공원, 덴마크 해양보전지역 등으로 구성된 바덴해는 세계 최대의 갯벌 체계로 인공의 방해를 거의 받지 않고 자연순환과정이 진행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김 교수는 "황해를 둘러싸고 남한은 2140㎢, 북한은 2300㎢, 중국은 1만3900㎢의 갯벌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제환경단체들이 해양생태상태를 평가한 해양건강지수(Ocean Health Index)에서 세계 221개국 중 한국은 41위, 중국은 160위, 북한은 207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제기구도 남북의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우 영 동아시아-호주철새이동경로파트너쉽(EAAFP) 사무국장은 "북한 청천강 하구에 있는 문덕 철새도래지는 170여종의 철새가 찾는다"고 밝혔다.

설 훈 국회 농해수위원장도 환영사를 통해 "장기적인 남북협력이 유지되려면 당장의 이익이 아닌 미래세대의 번영까지 염두에 둔 균형과 조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석한 해양관련 전문가들도 남북이 해양개발협력을 강화할 때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지영 생태지평연구소 협동처장은 "남북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북측까지 포함된 개발욕구를 제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연안해양에 대한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에 대한 마스터플랜 수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남북은 공동어로수역에 수산 자원의 남획과 서식환경 훼손을 막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서해 연안 접경지역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민관공동관리위원회를 시급히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병직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연구제도관리실장은 "남북이 지속적이고 영구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분야는 정치색이 없는 과학기술 분야"라며 "독일은 1990년 통일이 이뤄지기 전 과학기술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사업을 통해 자연스레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됐다"고 말했다.

변상경 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은 "이번 남북정상간 판문점 선언을 기회로 개시될 교류와 협력에서는 과거와 같은 관계 단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며 "남북 간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의 창구 역할을 하도록 '남북해양과학 공동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공동연구센터를 이용해 연안해양생태계와 해양환경 보전을 포함하는 해양의 지속가능한 이용, 해양생물·광물자원 개발, 독도 등 분쟁해역과 배타적 경제수역 관할권 대응, 남북 해양과학용어 통일 등 관심 사항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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