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 건설기계로 북한 지원하자”
건정연 “북한 건설.광공업 등에 긍정적일 것” … 남한 건설기계 가동률 40%대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실 연구실장은 16일 ‘유휴 건설기계 대북지원 검토’ 보고서를 통해 “건설기계는 건설부문의 필수장비”라며 “향후 인프라 구축 등이 시급한 북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건설기계 중 일부 기종은 초과공급이 심각한 상황이다. 남한 건설기계 등록대수는 49만2476대.(2018년 3월 현재) 1990년 이후 연평균 약 1만4000대씩 증가하고 있다.
법정 건설기계 27종 중 굴삭기, 지게차, 덤프트럭 등 3개 기종이 약 80%(49만2476대)를 차지하고 있다.
용도별로는 △영업용 25만1230대(51.0%) △자가용 23만7871대(48.3%) △관용 3375대(0.7%) 등이다. 이 중 영업용이 문제다. 건설기계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건설기계 임대업자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건설기계 가동률은 2016년 42.5%에 불과하다. 2010년을 전후해 4대강사업 등으로 잠깐 가동률이 상승했으나 최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내 건설경기 추세를 고려할 때 앞으로 건설기계 임대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기계 가동률 하락에 정부는 수급조절 대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2008년부터 초과공급이 심각한 건설기계에 대해 일정기간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영업용 덤프트럭과 콘크리트믹서트럭 2개 기종은 영업용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 영업용 콘크리트펌프는 전년대비 등록대수를 102%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기계 수급정책만으로 건설기계 초과공급에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건설기계 수급조절과 관련해 장비임대업자, 기계 생산업자, 건설업자(사용자) 등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사회적 갈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은 건설기계가 부족한 실정이다. 박 연구실장은 “남북한 경제력과 북한 광공업 비중이 큰 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의 건설기계 시장은 남한의 6% 정도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북한 건설기계는 공사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적합한 건설기계가 부족하거나 매우 낙후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유휴건설기계 지원은 단기적, 중장기적인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상 '교역'을 검토할 수 있다. 교역이란 매매 교환 임대차 증여 사용 등을 목적으로 물품 등을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상 '협력사업'을 검토할 수 있다. 협력사업이란 남한과 북한 주민(법인.단체 포함)이 공동으로 하는 문화 관광 경제 등에 관한 모든 활동을 말한다.
따라서 남북 건설기계협력사업은 남북이 공동으로 건설기계를 활용하는 사업이 될 것이다.
남북 건설기계협력사업은 우선 가칭 '남북건설기계훈련센터' 설립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는 게 박 연구실장 생각이다.
박 연구실장은 “센터 운영은 건설관련 단체가 출연한 민간법인이 주도하되,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협력기금은 정부가 매년 3000억원 이상 조성하고 있으며, 현재 누적잔액이 7조1000억원에 달한다.
박 연구실장은 “향후 북한이 경제개방과 사회인프라 구축 등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산업 기초자본재인 건설기계가 필수적”이라며 “국내 유휴건설기계를 북한에 지원하면 북한 건설업은 물론, 농업, 광공업부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