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재해구호물류센터 ‘지진체험관’ 체험기
집이 흔들려요?! 그럴 땐 이렇게 하세요!
거실에 앉아 책을 읽는데 집이 흔들린다. 어디선가 쿵하는 소리가 들린 듯도 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곧바로 지진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비행기가 떨어졌거나 공장이 폭발했다고 느낀다고 한다. 실제 지진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지진의 징후를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여기 실제 지진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파주재해구호물류센터가 현대 글로비스의 후원으로 지난 8월 23일 개관한 지진체험관이다. 진도2부터 시작해 경주 지진(5.8) 규모를 능가하는 진도6까지 체험해볼 수 있다고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이들과 함께 지진체험과 대피훈련을 해두자.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는 구호의 손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운영하는 재해구호물류센터는 파주와 함양 두 곳에 위치해 있다. 파주재해구호물류센터에서는 현대 글로비스의 후원을 받아 지난 8월 지진체험관을 개관했다. 파주읍 백석리에 위치한 파주재해구호물류센터는 재난이 발생한 지역에 재해구호물품을 신속하게 전달하고 재해복구를 위해 지게차, 컨베이어, 세탁구호차량, 임시거주시설 등 다양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1974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인 2016년 9월 경주 지진(진도5.8)을 계기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전국민적인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는 실제 지진을 경험해볼 수 있는 지진체험관을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가정에서 겪는 지진체험기
파주재해구호물류센터에 위치한 지진체험관은 스마트하우스처럼 실제 가정의 거실과 부엌이 고스란히 재연돼 있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계단과 복도를 통해 외부로 대피할 수 있다. 지진체험관은 컴퓨터를 통해 진도2~6까지 단계적으로 지진을 체감할 수 있다. 체험자들은 정해진 대피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거실 식탁에 앉아 있던 체험자들은 집이 흔들리는 순간 식탁 아래로 들어가 식탁다리를 붙잡고 머리를 보호하며 몸을 피한다. 식탁 옆에는 가스렌지 위에 물이 끓는 주전자가 있고 벽면에는 전기 차단 장치가 있다. 지진의 흔들림이 잠시 멈췄을 때 식탁에서 나와 가스밸브를 잠그고 전기를 차단한다. 현관문을 열고 바깥으로 대피해야 하는데 현관문이 잠겨 열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보통 문틀은 지진에 취약해 강한 흔들림에 쉽게 변형될 수 있다고 한다. 문이 안 열릴 경우 당황하지 말고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 대피한다. 지진의 규모가 진도5 이상을 넘으면 벽체가 무너진다. 지진체험관의 벽체가 앞으로 크게 기울고 책꽂이에 꽂힌 책들은 와르르 쏟아진다. 실제로 유리창이 있었다면 유리가 깨져 파편이 집안 곳곳에 떨어진다. 이때를 대비해 집안에서도 두께가 있는 슬리퍼를 신고 이동해야 한다.
흔들림이 잠시 멈추면 체험자들은 현관문을 다시 열어보고 문이 열리면 바깥으로 대비한다. 이때도 승강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몸을 지상 60cm 이내로 최대한 낮춰 대피선을 따라 이동하는데, 갑자기 정전이 돼 주위가 어두워지며 어디선가 화재로 인해 연기가 발생한다. 지진체험관에서 나오는 연기는 인체에 무해하지만, 연기로 인해 시야가 가려지고 곳곳에 장애물이 길을 막는다. 이때에도 최대한 침착하게 장애물을 피해 복도를 빠져나오면 바깥으로 나가는 문이 나오고 지진 대피훈련이 무사히 끝난다.
장소별 지진대피요령은 이렇게!
지진체험관에서는 일반 가정에서 겪을 법한 지진 체험을 매뉴얼화해서 실습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집 안에서 지진을 겪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거리에서 제각각 다양한 상황에서 지진을 겪게 된다. 또 집 안에 있더라도 요리를 하는 중이거나 샤워를 하다가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장소에 따라 지진을 겪었을 때의 대응 요령은 다르다.
♦가정에서 – 식탁 아래서 다리를 붙잡고 대피한다. 흔들림이 멈추면 두꺼운 슬리퍼로 발을 보호하고, 가스와 전기를 차단한다. 문을 열어 피난 경로를 확보한다. 정전에 대비해 손전등을 준비한다. 실내에 갇힌 경우 계속 소리를 지르면 체력이 고갈되므로 벽이나 문을 쳐서 신호를 보내고 큰소리로 알린다.
♦학교에서 – 유리창 파편, 조명기구의 낙하를 피해 창문에서 떨어져 책상으로 숨고 책상 다리를 잡고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대피한다. 복도에서는 창문에서 떨어져야 하고, 계단에서는 난간을 붙잡는다.
♦회사에서 – 고층일수록 크게 흔들린다. 사무실 내에서는 바퀴 달린 복사기나 캐비넷이 쓰러질 수 있어서 위험요인이 된다. 유리창 파편에 주의하며 피신한다.
♦전철에서 - 승강장에서는 간판이나 조명 등 낙하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고 기둥이나 계단 근처로 이동한다. 전철 안에서는 가방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자세를 낮추어 몸을 보호한다.
♦거리에서 – 낙하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며 공원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한다.
♦자동차에서 – 비상등을 켜고 감속하며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끄고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기다린다. 가능하다면 주차장 또는 광장으로 이동하면 좋다.
※출처 – 전국재해구호협회 지진발생시 대응요령
미니 인터뷰
배천직 팀장(전국재해구호협회 구호사업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갑작스런 재해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돕기 위해 1961년 전국의 방송사와 신문사, 사회단체들이 힘을 보아 설립한 순수 민간구호단체입니다. 저희 협회에서는 재해의연금과 성금을 모아 경주와 포항 지진 피해,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 폭염 폭우 피해 등 국내 재해 발생지역에 의연금을 지원하고 구호물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재난안전교육으로 각종 재난 발생에 대비해 심폐소생술, 하임리히요법, 재난약자체험, 화재시 대피법, 소화기 사용법 등을 실제 교육하고 있습니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 재난이 잦은 일본의 경우에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생애주기별 재난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은 이뤄지지만 성인에 이르면 재난안전교육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워도 부모님이 실천하지 않으면 결국 아이들도 성인이 되었을 때 재난대처방안을 잊어버리고 실천하지 않게 됩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는 자연재해뿐 아니라 사회적 재해에 대해서도 교육해 ‘나만 안전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공동체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재난의 징후를 인식하고 서로 협조하여 함께 극복해나가는 방안을 연구·교육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