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전기도살' 무죄 선고는 잘못"
2018-09-14 11:20:32 게재
대법원, 1·2심 파기 환송 … 법리 오해
"개 도살법 허용은 엄격히 판단해야"
시민단체 "역사적 판결, 정책 바꿔야" 환영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3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66)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죄 성립여부를 다시 따져보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같은 동물이더라도 개의 경우에는 특별히 '인간과의 오랜 교감' 등 시대·사회적 인식을 감안해 법이 허용하는 도살방법을 더욱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동물보호법 제10조 제1항은 '모든 동물은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되어서는 아니되며, 도살 과정에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10조 2항은 '축산물 위생관리법,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는 가스법·전살법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을 이용해 고통을 최소화해야 하며,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음 도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규정하며, 3항은 '1·2항의 경우 외에도 동물을 불가피하게 죽여야 하는 경우에는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다.
'개 전기도살 사건'은 인천 소재 개농장주인 이씨가 수년에 걸쳐 수십마리의 개를 전기로 도살해 식용으로 판매한 데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으로 원심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도살방법이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도살방법으로 동물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 동물에 대한 시대·사회적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은 이를 살피지 않고 섣불리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 개가 감전 후 기절하거나죽는 데 소요되는 시간 등을 심리해 사회통념상 개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잔인한 방법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자신의 개사육농장 도축시설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 주둥이에 대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도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돼지나 닭 등 다른 동물을 도축하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라며 "동물을 즉시 실신시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므로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2심은 "(전기 도살이) 목을 매달아 죽일 때 겪는 고통에 이른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씨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이 개에 대한 사회통념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이는 원심에서 '인간의 관점'에서 잔인함을 평가했던 것에 비해 '동물의 입장'에서 겪는 고통의 정도가 기준이어야 함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심은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한 도살 방법(특히 전살법)을 이용해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가축으로 정한 동물을 도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나아가 개가 비록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정한 가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물보호법에서 정한 도살 방법으로 개를 도축한 경우에도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자유연대, 동물유관단체대표자협의회는 '개 도살사건 무죄사건'의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역사적 판결이라며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환영한다"며 "행정부에 이어 사법부에서도 '개식용 종식'은 몇몇 동물애호가들의 꿈이 아니라 대한민국 동물정책의 구체적 방향임을 분명히 해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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