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공방나들이, 가죽공예공방

가죽, 쌓인 시간만큼 멋스러움 더해져

2018-10-04 15:37:25 게재

가죽제품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사용하면 할수록 더욱 멋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손때 묻고 낡은 흔적도 개성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죽이다. 최근에는 전문가로부터 가죽공예를 배워 원하는 제품을 직접 만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장점을 갖춘 우리 지역 가죽공방에서 가죽공예의 색다른 매력에 빠져보자.

 

신정동 ‘백작공방’
특별한 위로, 가죽 공방에서 힐링을 경험하다

목동역 인근에 있는 백작공방은 바인더와 가죽 다이어리 제작 전문공방이다. 공방이 있는 지하로 들어서면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넓은 수업공간과 작업실이 눈에 들어온다.
백작공방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에는 여러 가지 뜻을 담았다고 한다. 백작공방의 대표 백범준 씨의 성을 딴 백(bag, 가방)과 한자 작(作)을 써서 ‘가방을 만든다’가 되고, ‘백 작가가 만든 작품’이라는 의미도 된다. 백 대표는 자연스레 수강생들 사이에서 백작으로 통한다.
 공방 한쪽에는 커피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바가 있다. 은은한 전등과 높은 의자, 원목 선반 위 우아한 커피잔이 여느 카페와 비슷한 분위기.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향긋한 커피와 공방에서 직접 만든 수제청 음료는 이곳 수강생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오롯이 자신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가죽공예는 그 자체만으로 힐링이 되지만 정성이 깃든 차 한 잔의 위로 역시 작지 않다. 
백작공방은 고급 통가죽으로 만든 바인더와 다이어리 등을 맞춤형으로 주문제작을 받고 있다. 아이패드 케이스, 리갈 패드커버, 지갑, 가방 등의 가죽 제품 제작과 원데이 클래스도 함께 진행한다. 백 대표는 바인더 커뮤니티인 ‘바인더맵’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수준 높은 제품을 선보이며, 수제 바인더에 관심 많은 회원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다. 
수업은 평일 7시부터 있으며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전과 오후, 저녁 시간에 있다.

 

화곡동 ‘제이제이 커스텀’
통가죽에 새긴 문양 ‘가죽카빙’으로 개성 뚜렷

통가죽 공예 전문공방인 ‘제이제이 커스텀’은 화곡역과 까치산역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금속과 통가죽의 결합이 멋스러운 바이크용 새들백을 비롯해 카빙 지갑, 벨트, 툴백, 모포말이 등 라이더를 위한 다양한 통가죽 제품과 실속 있는 원데이 클래스로 유명한 공방이다. 벽 한쪽, 진열장을 채우고 있는 할리데이비슨 새들백이나 가죽제품에 장착하는 수많은 콘초 장식과 금속 부자재, 화려한 문양이 돋보이는 카빙통가죽 제품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가죽카빙이란 가죽위에 각인을 이용해 요철을 만드는 것으로 아름다운 모양과 무늬를 가죽에 새겨 넣는 가죽 공예 기법 중의 하나이다. 제이제이 커스텀의 박정민 대표는 “오래전부터 할리데이비슨 동호회에서 활동하다보니 자연스레 통가죽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통가죽이 주는 묵직한 질감과 카빙의 묘미가 색다른 느낌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데이 클래스는 다년간 연구한 노하우를 토대로 초보자라도 재단을 제외한 목타 작업, 염색, 각인 등 가죽공예의 기초를 3~4시간 동안 완성할 수 있게 해준다. 가죽은 이탈리아산 베지터블 소가죽을 사용한다. 원하는 제품을 정하면 크기와 색, 문양을 본인의 개성에 따라 바꿀 수 있으며 4명의 전문 강사가 포진, 일대일로 꼼꼼히 가르쳐 수강생들의 만족감이 크다. 교육은 평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매시간 있으며 가방은 토요일에 진행된다. 초, 중, 고등학교의 방과후 수업이나 진로체험교육 등도 20여 명 이하로 수업할 수 있다.

 

신도림동 ‘라펠레테리아 La Pelletteria’
특수피 제품,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무늬에 반해

특수피로 만든 제품은 천연가죽이 주는 자연스러운 무늬와 특유의 질감 때문에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다. 특수피에는 악어가죽부터 뱀 가죽, 타조 가죽, 캐시미어, 송치 가죽 등이 있으며 전량 해외에서 수입된다. 고급스러운 색감과 가방마다 똑같지 않은 무늬, 희소성 등의 가치가  있어 대를 이어 사용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신도림역 1번 출구 인근에 있는 ‘라펠레테리아’는 특수피 전문 공예공방이다. 문을 열자마자 벽에 걸린 진분홍빛 악어가죽이 눈에 들어오고, 진열장 안에서는 저마다 개성을 뿜어내는 특수피 가방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라펠레테리아의 이정민 대표는 가죽 제품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피렌체의 가죽 학교 장기코스와 연구 과정을 이수했다. 이 대표는 “수강생들에게 현장에서 경험한 그대로 전달하려 노력한다”며 “취미라 할지라도 패턴 그리기, 색감 배치, 소재 다루기 등 자신만의 포지션을 잡을 수 있도록 지도해줘 각자 개성 있고 만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간다”고 전했다. 단순한 가방은 4회 정도, 고급기술이 필요한 가방은 8회 정도에 완성할 수 있다. 이곳의 장점이라면 수강생들이 원하는 패턴이나 디자인을 함께 연구하고 기술교육을 꼼꼼하게 한다는 것이다. 수업은 오전반과 오후반, 저녁반이 있으며 주 1회, 2회 고정 수업이 가능하다. 바쁜 이들은 쿠폰 등록제를 통해 원하는 수업시간을 조율해 횟수를 채우면 된다. 팔찌, 카드지갑, 명함지갑, 필통 등 간단한 소품을 만들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도 있다.  

 

문래동 ‘트리비아 TREEVIA’
카페와 공방이 한 자리에, 구경하는 재미 더해

‘트리비아’는 문래동 예술촌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2층에 있는 창고를 꾸며 공방으로 사용하다가 지난봄, 1층으로 내려와 공방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중이다. 넓은 실내는 카페 공간과 클래스 공간, 작업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철공소를 개조했지만 철공소의 간직한 세월의 흔적은 그대로 두었다. 천장에 매달린 호이스트(무거운 물체를 이동시키는 데 사용하는 기계장치)와 거친 느낌의 인테리어가 이곳이 철공소 건물이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트리비아에서는 커피를 마시러 온 일반인들도 구석구석 진열된 가죽제품을 구경하거나 작업실에서 주문받은 제품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트리비아’는 윤성원, 박주홍, 이준환, 세 명의 작가가 공동대표이다. 같은 학교 디자인과 동기들인 이들은 휴학한 상태에서 폐천막을 이용한 업사이클 제품을 만들기 시작, 가죽제품으로 범위를 넓혀갔으며 크라우드펀딩을 거쳐 트리비아의 문을 열었다. 처음부터 카페와 함께 운영한 것은 아니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온 후, 외관만 보고 카페인 줄 알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금방 카페를 만들었다고 한다. 수업은 원데이 클래스 위주로 수요일과 토요일 저녁 7시, 토요일 오후 2시에 진행한다. 트리비아의 작가들이 만든 다양한 가죽제품은 네이버 리빙윈도우나 아이디어스, 무신사 스토어 등을 통해 살 수 있다. 윤성원 대표는 “세 친구의 취향이 모여서 트리비아가 된 것처럼, 트리비아를 방문한 이들의 취향을 모아 더 나은 삶을 지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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