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매각 계획만 세우고 민영화 '뒷짐'

2018-11-02 10:57:12 게재

대우조선·우리은행 지분, 2019·2020년 전부 매각 … 국회예정처 "실현가능 계획 세워야"

금융위원회가 내년에 대우조선해양, 2020년에는 우리은행 지분을 전부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9년도 예산안 정무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내년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 재고자산매각대'는 우리은행 지분을 2018년과 2019년 각각 7%씩 매각하고 2020년 잔여지분 4.43% 매각을 가정해 편성됐다.

이에 대해 예정처는 "우리은행 지분매각은 지주회사 전환 이후에 추진될 것으로 보이므로 예보는 실현 가능한 매각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내년 1월을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진행 중이어서 올해 안에 7%를 매각하겠다는 계획이 사실상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정처는 "2019년 기금운영계획안의 매각 계획을 탄력적으로 집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19일 이사회를 열고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주식이전계획서를 승인했다. 이후 금융위원회에 인가신청서를 제출했고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금융위는 이달 7일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안건을 심의해 인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요건을 심사한 결과 BIS총자본비율 기준 등을 통과했다"고 말해 인가 결정을 받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BIS 총자본비율은 내부등급법을 적용한 지난 6월말 기준 15.8%다. 하지만 지주사 인가 심사에서는 표준등급법이 적용돼 11%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가 요건인 10.5%를 넘었다. 은행들은 최저 BIS비율인 8.0%에 경기대응완충자본비율 2.5%를 포함, BIS비율이 10.5% 이상이어야 한다.

금융위의 인가를 받으면 우리은행은 은행 주식을 지주사 주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가 지주사 인가 이후 진행될 회장 선출 등 지배구조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관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향후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과 관련해 지주체제 전환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효과를 고려해 매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예보는 우리금융지주에 약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고 2001년 4월 지분 100%를 취득했다. 이후 블록세일을 통한 지분매각과 과점주주 매각 등을 통해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현재 18.43%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함께 금융위는 '공적자금상환기금 재고자산매각대'에 대우조선해양 주식 매각 수입 282억5600만원을 편성했다. 대우조선해양 지분 233만주에 대해 올해 109만4177주를 매각하고 내년에는 잔여분 123만1400주를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예정처는 "공적자금상환기금은 2013년 11월 (대우조선) 보유지분 중 5%를 매각해 3401억9700만원을 수납한 이후 2014년부터 매년 매각을 계획하고 있으나 집행 실적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2018년 9월 기준으로도 매각 여부 및 매각 시점이 결정되지 않아 연내 매각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 주식 매각이 지연되면서 2016년 12월 무상감자와 주식병합, 유상증자 등으로 금융위원회의 지분율은 12.15%에서 2.16%로 크게 줄었다. 주가 역시 2013년 매각시 주당 3만7050원에서 2019년 계획안 기준 주당 2만2946원으로 하락했다.

예정처는 "공적자금의 회수 극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대우조선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는 등 매각에 유리한 시장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금융위는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장 상황을 반영한 매각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1997년말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 운용과정에서 취득한 자산은 대부분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금융위가 각각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 부실채권정리기금, 공적자금상환기금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2018년 8월말 기준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은 우리은행 한화생명 서울보증보험 수협중앙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도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의 재고자산매각대 계획안을 보면 우리은행 지분매각(7%)와 관련해 6670억2300만원, 한화생명 지분매각(3.81%) 관련 2286억300만원, 서울보증보험 지분매각(5%) 관련 1203억8300만원, 수협중앙회 우선출자증권 매입소각 관련 1022억700만원 등 총 1조1182억원1600만원이 편성돼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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