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해킹주의보, 보안강화 선박 개발

2018-11-13 11:39:45 게재

선사 해킹에 수천억원 피해 … 현대중공업 미국서 보안인증

최근 선박 운항 기술에 정보통신을 융합하면서 해킹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조선업계는 사이버 보안을 강화한 선박 개발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글로벌 해운선사가 잇단 해킹 공격에 무방비로 피해를 입으면서 보안을 내세운 선박 개발을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선급협회인 ABS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사이버 보안 기술 인증(CSR)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이달 말 유럽 선주에 인도된다.

인증 내역은 내외부 사이버 보안 위협요소로부터 주요 제어시스템을 보호해 선박 안전성을 높인 기술이다. ABS 선급은 10월말 선박 내 주요 제어시스템 및 통신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보안 상태를 검증했다. 주원호 현대중공업 중앙기술원장은 "이번 인증 획득으로 보다 엄격해진 사이버 보안 기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건조 예정인 선박에 보안 기술을 적용해 선박 품질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박 운항 중 해킹으로 인한 피해는 수천억원에 달해 해운업계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선사들이 최근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선박을 선호하면서 화물 선적 하역 입력 등 모든 과정이 전산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해운회사 머스크는 랜섬웨어(시스템을 잠그는 등의 악성 프로그램)에 감염돼 3억달러 손실을 봤다. 우리돈으로 3300억원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창궐한 악성 프로그램 낫페트야에 감염된 머스크사는 즉각 시스템을 격리했지만, 머스크라인 APM터미널 등 화물선박 관련 계열사에 영향을 미쳤다. 머스크가 전세계에서 운영하는 항구 컴퓨터 시스템이 마비돼 한동안 화물 선적과 하역 작업이 모두 중단되기도 했다.

해운산업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경쟁사를 해킹으로 위협하는 일도 우려되고 있다. 세계 선복량 4위 선사 중국 코스코도 올해 8월 전산 서버를 해킹당해 미주지역 네트워크에 문제가 발생했다. 코스코가 경쟁사인 홍콩 OOCL을 인수한 이후 이에 반발하는 세력이 커졌다는 점에서 해킹을 당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선급협회 ABS의 사이버 안전총괄책임자인 폴 월터스는 "증가하는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선박이 필요하다"며 "현대중공업은 사이버 보안 기술을 세계적으로 공인받아 선주들에게 한층 더 안전성을 높인 선박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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