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아울렛 나이키 매장에서 여성고객 상습 불법촬영

2018-11-14 10:51:49 게재

매장 직원, 재고관리용 기기로 범행 … 불법촬영 피해사진 120여장 발견돼

나이키코리아 "직원 고용계약 해지" … "추가 피해 확인-재발방지 대책 절실"

불법촬영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대형 쇼핑몰의 유명 스포츠 브랜드 직영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들을 상습 불법촬영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여주경찰서는 여주프리미엄아울렛 나이키코리아 직영상설점에서 지난 8월부터 2개월간 여성 고객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직원 최모(29)씨에 대해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지난 9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이 압수한 직원 노트북에는 매장 내에서 찍은 불법촬영물이 대거 발견됐다. 적발된 최씨는 임시직이 아닌 정직원이었다. 최씨는 회사가 재고관리용으로 지급한 디지털 기기를 불법촬영에 사용했다.

아울렛을 운영하는 신세계사이먼은 "입점업체의 문제"라며 나이키코리아 측에 책임을 넘겼고, 나이키코리아는 "해당 직원의 고용계약을 해지했다"고 답했다. 피해 고객에 대한 공식 사과와 아울렛과 나이키 매장을 이용하는 여성 고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선 어느 쪽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불법촬영 사진 전송해 따로 관리 = 여주경찰서와 나이키코리아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3일 나이키코리아 여주 직영상설점에서 근무하던 최씨는 매장을 방문한 여성 고객 A씨의 신체 일부를 몰래 찍다가 A씨와 일행에게 들켰다. A씨 일행은 현장에서 최씨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경찰 수사 결과 최씨가 불법촬영 도구로 활용한 것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지급한 애플 '아이팟'이었다. 전화통화 기능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여느 스마트폰과 다를 바 없는 제품으로 나이키는 재고관리를 위해 직원들에게 이 제품을 공급했다. 최씨는 자기 것이 아닌 퇴사자의 아이팟을 활용해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이 최씨의 아이팟을 확인한 결과 당일 매장에서 찍은 여성 고객의 신체 사진 10여장이 저장돼 있었다. 경찰은 나이키 매장과 최씨 주거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노트북에 저장된 또 다른 사진 120여장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 포렌식 결과 피해사진 120여장은 모두 같은 매장에서 찍힌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다만 (일부 신체만 찍혀 있어)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사진이 대부분이어서 사건 당일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 1명만 피해자로 특정됐다"고 밝혔다.

최씨는 매장 방문 고객을 불법촬영한 뒤 자신의 인터넷 이메일로 전송하는 방법으로 불법촬영물을 자신의 노트북에서 관리해왔다. 최씨에게 나이키 매장은 일터이자, 불법 촬영을 쉽게 할 수 있는 활동 영역이었던 셈이다.

◆"재발방지 요구에 상품권 제시" = A씨 측은 나이키 매장을 찾은 다수의 여성들이 피해자가 됐지만 불법촬영을 당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으리라는 점에서 나이키코리아 측에 대책을 요구했다. A씨 측은 △다른 피해자 사진이 다수 발견된 점 △피의자가 정직원이었다는 점 △회사 소유 디지털기기가 범행에 이용된 점 △퇴사자의 기기를 이용해 범죄가 일어났다는 점 △촬영 당시 촬영음이 들리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나이키코리아의 직원 및 기기 관리 책임을 지적했다. 또 회사 차원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피해자의 남자친구 B씨는 "나이키코리아의 법무 담당 임원과 만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더니 '상품권 100만원을 줄 테니 그만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또 최근 언론에 난 성희롱 무죄 판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소송으로 가도 (피해자가) 승소 못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촬영을 당했던 브랜드 매장에 가서 또 쇼핑을 할 사람이 상식적으로 있겠느냐"면서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가 안 됐다. 말로는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그냥 사건을 조용히 덮고 넘어가자는 이야기로 들리더라"고 지적했다.

B씨는 "사건 이후 A씨는 그날 자신의 옷차림에 대해 자책하는가 하면 뒤에 사람만 있어도 흠칫흠칫 놀라는 등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나이키 "수사중 사안 추가 언급 어렵다" = 이에 대해 나이키코리아 측은 12일 "해당 이슈를 잘 인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본 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후 (최씨와) 고용계약을 해지하고 관련 자료를 경찰에 넘기는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면서 "이번 사안을 지극히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수사기관에 전적으로 협조할 방침"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내일신문이 직원 및 기기관리 책임, 다른 고객들의 피해가능성, 기기의 촬영음 문제,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대책 등에 대해 재차 확인을 요구하자 "수사중인 사안이라 추가적인 언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나이키의 법무 담당 상무에게도 '상품권 100만원을 줄 테니 그만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지 여부를 물었지만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아울렛 내 입점한 매장에서 불법촬영 범죄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입점 매장 관리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신세계사이먼 측도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 신세계사이먼은 "땅을 사서 건물을 지어 브랜드들에게 임대해 주는 임대업 성격이어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해당 브랜드에서 해결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불법촬영 범죄 대책 등을 요구해 온 시민단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유승진 활동가는 “나이키코리아가 해당 직원을 얼른 해고하고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 같다”면서 “불법촬영 범죄가 직원에 의해 매장에서 일어난 만큼 피해자가 또 있는지 확인하고, 애초에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직원들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을 강화한다든지, 불법촬영에 활용된 회사 기기를 철저히 관리하는 등의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것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인 서혜진 변호사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성감수성이 지극히 낮다”며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사과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이어 “회사를 상대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직접 고용관계라면 피해자들이 사용자 책임을 물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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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오승완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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