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TDF·디폴트옵션 도입 필요"

2018-11-29 11:28:43 게재

자산운용 역량 강화 및 투자자 보호제도 구축 선행돼야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이를 위해서 한국형 TDF 활성화와 디폴트 옵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국내 자산운용사의 역량 강화 및 투자자 보호제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금융투자협회와 TDF를 운용하는 8개 자산운용사는 28일 오후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국민의 맞춤형 연금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TDF(타겟데이트펀드)란 목표시점에 은퇴한다는 가정 하에 자산배분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펀드를 말한다.
28일 오후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금융투자협회와 TDF를 운용하는 8개 자산운용사는 '국민의 맞춤형 연금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강연자로 나선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형 디폴트옵션 도입을 위해서 자산운용업의 역량이 중요하며, 투자자 보호 체제 구축 또한 전제돼야한다"고 주장했다. QDIA는 미국에서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인정하는 분류로서 TDF, 혼합형펀드, 일임자문, 원금보존형펀드 등 네 종류가 있다.

남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168조4000억원으로 200조 가까이 불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적립금 운용의 질적 개선은 답보상태에 있다"며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의 한 축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효율성을 높여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디폴트옵션 제도는 필요하지만 한국 현실에 맞는 제도를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자본시장법에 있는 투자자보호 장치와 디폴트옵션 제도가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며 "게다가 근로기간이 짧고 중도인출이 많은 한국의 상황에서는 퇴직연금 손실 실현 가능성이 높아 많은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선 국내 상황에 맞는 TDF구성과 디폴트옵션 도입 시기와 관련해 활발한 토론이 진행됐다.

김병덕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TDF가 유럽에서 정착하지 못한 이유는 대부분의 하위펀드가 미국 중심의 펀드로 각 나라에 맞게 설정이 안됐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서 TDF를 발전시키려면 미국 TDF를 그대로 도입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상황에 맞게 설계된 TDF를 운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환 동아대 교수는 "모든 제도는 때가 있는데 디폴트옵션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현재 한국인들의 근속기간은 6년이 안될 정도로 장기근속이 많지 않고 중도인출이 많은 상황으로 제도적으로 TDF가 성공할 준비가 되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TDF 활성화는 필요하지만 당분간은 현재와 같이 선택적으로 운용되는 TDF로 활성화 시키고 비용대비 성과를 보여주고 실적을 나타낸 뒤 본격적으로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국내에서는 퇴직연금은 곧 임금이라는 개념으로 손실은 절대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라며 "이런 인식의 전환이 없다면 디폴트옵션 도입은 어렵고 안정자산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등 원금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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