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제로페이 성공' 총력전 돌입

2018-12-04 10:51:40 게재

이달 20일 서비스 개시 앞두고 홍보 총공세

중기부·지자체·26개 프랜차이즈와 업무협약

시 "사회 문제 박원순식 해법 보여줄 기회"

"서울시민이 움직이는 곳 어디서나 제로페이 QR코드가 보이도록 만듭시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달 시 간부들에게 주문한 말이다.

서울시가 제로페이 성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로페이는 카드수수료를 무료로 만들어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사업이다. 박 시장의 주요 자영업자 공약인 동시에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박원순식 해법'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사안이라는 판단이 총력전의 배경이다.

우선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동원 가능한 모든 광고매체를 제로페이 홍보에 활용할 전망이다. 지하철 1~8호선 내부는 물론 모든 출입문에 제로페이 홍보물이 붙고 있다. 서울시내 버스 정류장 곳곳에도 '자영업자 살리는 제로페이' 광고가 게시된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아직 제로페이를 많이 모르고 있기 때문에 TV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협력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제로페이 가맹점·회원 모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와 함께 사업에 참여한 금융권 협력사들도 홍보를 강화한다. 은행, 간편결제사업자 등은 오는 10일부터 고객들을 상대로 제로페이 홍보와 앱 다운로드를 안내한다. 제로페이 사업에 동참한 20개 은행 중 10곳은 독자적인 제로페이 앱을 개발 중이다.

온라인 홍보도 강화된다. 제로페이 협력사인 네이버 페이가 자사 포털을 활용해 가맹 및 소비자 회원 모집을 전개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제로페이 출시를 앞두고 홍보 총공세에 나선 것은 기존 업계 저항과 그에서 비롯된 부정적 여론 확산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업계 반발이 거세다. 카드업계는 얼마 전 정부의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한차례 타격을 입은데다 제로페이가 활성화되면 수익 악화가 예상된다.

조직적 반발 움직임도 나타났다. 카드업계의 회비로 운영되는 여신금융협회 산하 기관인 여신금융연구소는 최근 '제로페이가 카드사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방안'이라는 대외비 문건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보안성 문제와 시스템 운영에 따른 세수지출 비용 등을 부각시켜 제로페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카오페이 등 유료 페이 사업자들의 독자 행보도 걸림돌이다. 카카오는 15만명 회원을 가진 간편결제 시장의 강자다. 당초 자영업자 살리기라는 취지에 동감해 제로페이 사업 동참을 약속했지만 발을 뺐다.

서울시는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가동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끌어 모아 제로페이를 안착시키겠다는 태세다. 제로페이 홍보 담당 관계자는 "제로페이는 효율과 편익 보다는 약자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자는 사회적 공감이 얼마나 확산되느냐에 사업 성패가 달렸다"면서 "제로페이 성패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 회복 능력과 함께 박원순식 갈등 해법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시와 산하 기관 전체에서 사용하는 법인카드를 제로페이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회계 처리 규정을 변경해야 하는 등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세부 검토에 들어갔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물론 중앙부처와 전체 공공기관이 업무추진비, 사무용품구입비 등을 제로페이로 전환하면 수요가 막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제로페이 출시로 혜택을 입게되는 전국 사업체는 395만개에 달하며 이중 소상공인이 330만개를 차지한다. 제로페이 적용 기준인 연 매출 8억원 이하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카드수수료는 서울시(7만800개 업소)에서만 연간 5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서울시 조사 결과 연간 6억7900만원 매출을 올리는 편의점은 2900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이중 31%에 해당하는 900만원을 카드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다. 연 매출 68500만원을 거두는 제빵 프랜차이즈는 2300만원 영업이익 중 52%에 달하는 1200만원을 카드수수료로 부담한다.

서울시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기부, 부산시, 경남도와 함께 26개 프랜차이즈 본사와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가입신청을 했거나 의사를 밝힌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전국에서 6만2465개이며 이중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6만933개에 이른다. 서울은 1만6756개 가맹점이 신청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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