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고등학교 교내 과학논문탐구대회 (R&E) - 최우수상 수상자 2학년 최민성, 박남준, 최성우

호기심에 시작한 연구, 깊게 파고들다 보니 어느새 진짜 공부!

2018-12-27 19:14:37 게재

3D프린팅과 아두이노 연동한 실험도구 제작 돋보여

대학 입시에서 수시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면서 학생부종합전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비교과 활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교과 영역에는 각종 대회 참가, 동아리활동, 독서활동, 봉사활동 등이 포함되는데 이 중에서 교내 R&E(Research & Education) 활동은 비교과의 ‘대표 선수’라고 할만하다. 봄에 준비를 시작해 여름내 시행착오를 거쳐 최종 결승점까지 달려온 학생들 중 백석고등학교 최종 우승의 영예를 안은 최우수상 수상자 최민성, 박남준, 최성우 학생을 만나보았다.

연구 주제와 이를 선정하게 된 배경은?
 연구 주제는 ‘콜로이드의 분산에 가장 효율적인 이물질 구조 탐구’이다. 더운 여름, 아이스커피를 마시다가 의문점이 생겼다. 커피가 물에 녹는데 얼음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대부분 커피 가루를 물에 최대한 녹이고 얼음을 넣은데, 커피 가루가 녹기 전에 얼음을 넣고 저어주면 더 잘 녹으리라는 가설을 세우고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기로 했다. 화학 이론으로 설명하면, 이때 물은 분산매이고 커피는 분산질, 이물질은 얼음이 된다. 콜로이드란, 분산질의 크기가 1nm(nano meter)~1,000nm 정도인 입자가 분산매에 분산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즉, 이 연구는 콜로이드의 분산 과정에 여러 이물질을 넣고 혼탁도(섞인 정도)를 측정하면서 이물질의 구조에 따른 분산속도를 알아보는 것이다. 분산속도가 차이가 나는지, 그렇다면 어떤 구조의 이물질이 분산속도를 촉진시키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 과정을 비롯해 논문을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연구 과정은 이물질의 모양, 크기, 표면적 등의 변화에 따른 물과 분산질의 섞임 정도를 빛의 산란도를 이용한 혼탁도 센서로 분석하는 것이다. 실험은 1차, 2차로 진행됐다. 1차 실험은 가설 ‘이물질을 넣으면 더 잘 섞일 것이다’를 증명하는 과정으로 정사각뿔, 정육면체, 구체, 원통의 이물질을 넣고 혼탁도를 측정했다. 이물질의 표면적의 크기에 따라 혼탁도가 달라질 것이고 표면적이 가장 넓은 원통형이 혼탁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실험 결과, 가설이 일치했다. 2차 실험은 실생활과 접목해 액체를 포함한 음식물의 혼탁도를 측정했다. 채 썬 모과와 슬라이스 레몬, 우거지를 넣고 혼탁도를 측정했는데 근소한 차이였지만, 1차 실험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원통형에 가장 근접한 우거지를 넣었을 때 혼탁도가 높았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예상 가능한 변인을 최대한 통제하는 것이었다. 보다 정확한 실험을 위해 숟가락 믹서기 로봇을 만들었고, 4가지의 이물질은 3D 프린터기를 이용해 동일한 밀도로 만들었다.

연구 목적과 논문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점은?
 연구 목적은 작게는 아이스커피를 먹다 떠오른 의문을 해결하는 것이고, 크게는 분산과 이물질의 연관성을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실험설계에 공을 들였는데 그 과정에서 화학적 이론을 터득했고, 실험도구를 설계하면서 다양한 공학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어려웠던 점은? 최우수상 수상 비결은?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실험도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숟가락 믹서기 로봇에 대한 구상은 있었지만, 숟가락을 매달 마땅한 지지대가 없었다. 여러 방도를 구상하던 중 우연히 어머니가 절에서 가져온 연등이 눈에 띄었고, 한지를 벗겨낸 연등 뼈대가 거짓말같이 수조 안에 딱 들어맞았다. 그것을 기초로 숟가락 믹서기 로봇이 완성됐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이유는 논문 안에 다양한 융합지식이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콜로이드라는 화학 개념에서 시작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3D프린터, 아두이노 연동 센서 등을 활용해 과학지식과 체계적 사고력을 총동원해 논문을 완성했다. 또한 작년의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꼼꼼하게 실험을 진행했고, 끝까지 한 가지 연구주제를 끈기 있게 파고든 집중력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미니 인터뷰>


최민성 학생

 작년에는 어렵고 광범위한 주제를 선택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어요. 그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 탐구대회에서는 생활 속에서 떠오른 의문점을 탐구주제로 정했고 그것을 끝까지 집중적으로 탐구했어요. 궁금한 점은 물론, 알고 싶었던 것을 깊이 있게 깨우치는 계기가 됐어요. 후배들에게 탐구대회는 연구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므로 꼭 경험해 보라고 권합니다.


박남준 학생

 이번 탐구대회에서 오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실험설계를 구상하면서 과학적 사고력이 길러진 것 같아요. 전문연구원이 되어 제대로 된 실험실에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실험을 해보고 싶어요.


최성우 학생

 저는 과학실험을 좋아하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이과 학생이라면 과학탐구대회에 꼭 도전해 보라고 강력히 추천합니다. 조언을 하자면 상 욕심에 어려운 주제를 선정하려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깊이 있게 파고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김혜영 리포터 besyc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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