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까지 시린 날엔 파 송송 담백한 곰탕이 제격

2018-12-31 13:04:48 게재

[분당 판교 한우전문 ‘맑은곰탕 운중’]

운중동 먹거리촌 초입에 지난 5월에 문을 연 ‘맑은곰탕 운중(대표 강준범)’은 한우 암소를 전문으로 맑게 끓여내는 곰탕과 수육, 그리고 화로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문을 연지 채 1 년이 되지 않았지만, 지역주민들의 친목도모와 정보교환만을 목적으로 하는 판교지역 주부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연로하신 어르신이나 외식하기에는 조금 꺼려지는 어린 아기들을 데리고도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는 곳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한우 암소고기 부위로
담백하고 깔끔하게 끓여 낸 곰탕

판교 신도시가 생기기 전부터 한국학연구소 초입, 운중동 먹거리촌이 형성되었던 터라 운중동 먹거리촌에는 오래된 건물들과 신축 건물들이 혼재하면서 하오개로를 따라 2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맛집과 신생 맛집들이 이 먹거리촌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근방에서 보기 힘든 ‘맑은 곰탕’이라는 메뉴를 현대적인 외관과 함께 식당 명칭으로 내세운 ‘맑은곰탕 운중’은 보통 사골 등을 주재료로 뽀얗고 걸쭉하게 우러나는 설렁탕과는 달리 고기 와 내장 부위만을 사용해 맑고 담백하게 끓여낸 곰탕을 맛볼 수 있다. 보통, 특, 특대로 주문할 수 있으며 토렴한 방짜유기에 밥을 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재단한 사태와 양지, 양과 곱창이 국물과 함께 나온다. 전혀 간이 되지 않고 오로지 좋은 고기와 물로 끓여낸 맑고 따뜻한 국물이 밥알 한 알 한 알을 맛있게 감싼다. 깔끔한 유기에 썰어져 나온 신선한 대파를 듬뿍 얹어 먹으면 국물과 밥알, 고기와 파의 궁합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24시간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곰탕과
깐깐하게 만든 김치

‘맑은곰탕 운중’의 강준범 대표는 “가게 오픈 전 2년 이상을 공부하고 준비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고기를 받아 3시간 이상 핏물을 빼고, 내장을 일일이 손질해 6~7시간 끓여 고기를 익는 순서와 크기를 고려해 부위별로 재단하고 날씨에 따라 시간을 달리해 숙성시키는 과정까지 보통 24시간 이상 소요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 과정 그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고 직접 하고 있으며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을 내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음식의 질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또박또박 본인의 소신을 전했다.
수육용 고기는 따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삶으면서 부위를 재단할 때, 수육 접시에 올릴만한 고기와 일정한 크기의 모양이 갖춰지지 않는 고기를 따로 두고 특대와 특, 일반 곰탕에 활용하기 때문에 특대 곰탕과 특 곰탕이 많이 나간 날에는 수육을 주문받지 못할 때도 있단다. 곰탕과 함께 나오는 깍두기와 김치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져 방짜유기에 제공된다. 물론 이 역시 강 대표가 직접 담가 숙성시키며 국산 재료로 일체 조미료 없이 조금 심심한 듯 시원하게 만들어 낸다.

특별한 모임을 계획하고 있다면
품격 있는 암소 한우 화로구이

곰탕으로 아쉽다는 손님들의 성화에 강 대표는 암소 한우 화로구이를 새로 선보이고 있다. 거세소보다 작은 암소 한 마리를 통으로 등심, 갈비, 살치(꽃살) 등 합리적인 가격의 질 좋은 한우 암소를 부위별로 맛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데, 이미 곰탕으로 단골이 된 손님들로부터 연말 예약 문의가 많다고 한다.
곰탕이 아닌 갓 내린 커피 한잔이 더 어울릴 듯한 세련된 외부와 내부 인테리어, 그리고 눈길이 가는 것은 식탁 위의 작은 접시다. 투명한 유리용기에 담긴 구운 소금과 직접 갈아먹을 수 있게 되어 있는 통후추, 그리고 통후추가 낯선 어른들을 위한 후추가루가 정갈하게 담겨있다. 수저통은 따로 보이지 않는데, 음식을 주문하면 별도의 접시에 인원 수 만큼 수저와 헛개차가 제공된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모두 강 대표의 깐깐한 식당 운영 철학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문하영 리포터 asrai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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