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정치 | 야바위 게임

불평등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제언

2019-01-11 11:04:37 게재
마이클 슈월비 지음 / 조정태 옮김 / 문예출판사/1만8800원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 앞서 "(대기업의 이익이 하청업체로 전달되는)낙수효과는 끝났다"며 "1대 99 사회 또는 승자독식 경제라고 불리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성장의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안으로 '포용적 성장'을 제시했다. '사람중심 경제'와 '혁신적 포용국가'를 해법으로 내놓고는 "함께 잘 사는 세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게임의 법칙'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마이클 슈월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야바위 게임'을 통해 '어떻게 불평등하게 됐는지'를 파헤치며 문 대통령의 도전에 힘을 실어줬다. 법, 정책, 관행, 일상을 규정짓는 게임의 법칙이 차별을 만들어내고 재생산하는 과정이면서 '우리 스스로 불평등을 승인하게 만드는 매커니즘'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평등은 불공정한 규칙을 지키게 하는 것만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자본주의라는 게임은 관리자에게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가치를 극대화하면서 임금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내게 한다. '노동법'으로 노동자 단결을 차단하고 '세법'만 따라도 양극화가 확산된다. '표현의 자유'는 자본가의 선거 개입을 열어줬고 '법인'이라는 이름은 자본가들이 책임을 면하게 해 줬다.

불평등을 정당화하기 위한 신념체제로서의 이데올로기도 불평등의 재생산에 동원되는 도구다. "불평등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게 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상상력마저 제약한다"는 것이다. '다른 대안은 없다'거나 '현재 존재하는 시스템만이 유일하다'는 인식틀만 만들어놓으면 현재의 불평등을 의심없이 받아들이게 만든다.

혹 불평등하다는 것을 알더라도 조작된 게임의 규칙을 지키기만 하면 보상이 주어진다면 이를 벗어나려는 행동을 막아낼 수 있다. 대학 진학과 좋은 직장, 임금 외에도 학창생활을 즐기고 가족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개평'이 온갖 비참과 불평을 감내하며 직장생활을 하게 만든다.

저항과 연대를 차단하기 위한 기제로는 젠더, 인종 등 차별적 요소로 '특권을 누리게 하는' 방식이 차출된다. 착취당하고 있으면서도 더 큰 착취를 당하고 있는 여성, 유색인종 등과 연대하지 못하게 막아 불평등을 고착화시키고 현실 정의에 붙들어 놓는 것이다.

해법으로 슈월비는 "민주주의적 이상과 자본주의적 현실 사이의 모순을 향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게 해주는 상상력의 해방이 필요하다"면서 "연대와 조직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대의 문화를 "구성원들이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투쟁에서 서로를 지지하면서 창조해낸 새로운 생각 가치 관습"으로 정의하고 "집단적 상상력의 해방은 새로운 저항과 규칙을 발명하고 협동조합 같이 착취적이지 않은 기업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