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회 가상화폐 거래, 이용제한은 정당

2019-01-15 10:55:12 게재

가상화폐거래소 '승소'

법원, 이상거래로 판단

한달간 283배 이익 봐

가상화폐거래소가 허가하지 않은 자동매매프로그램을 운영한 사람에게 출금제한 조치를 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5부(유석동 부장판사)는 A씨가 가상화폐거래소 B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유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B가상화폐거래소는 A씨가 이상거래를 한다는 이유로 출금정지를 했고, A씨는 출금정지 기간 시세 하락의 손해를 입었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A씨는 2017년 12월 150만원을 B거래소에 입금했다. A씨는 이 돈을 토대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여러개의 가상화폐를 사고팔았다. 이 돈은 18일 만에 4억2000만원으로 불었다.

A씨는 5차례에 걸쳐 2억3373만원을 인출해 투자 이익을 실현했다. 2018년 1월 2일 추가로 인출을 시도했지만 B거래소는 인출을 제한했다.

A씨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API를 사용해 거래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API는 일종의 응용프로그램으로 가상화폐를 자동 거래할 수 있는 자동화 프로그램이다. 선물 거래와 같이 특정 시점이나 시세에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B거래소는 A씨에 대해 이상주문을 이유로 거래소 사이트 이용을 제한했고, 5개월 가까이 A씨는 B거래소 사이트 접속이나 출금을 할 수 없었다.

A씨는 거래소 이용을 제한한 것은 계약상 의무 불이행이거나 고의·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로그인을 하지 못하는 기간동안 가상화폐가 하락하면서 7795만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손해액을 포함해 거래제한이 이뤄지기 직전 시점의 잔고인 1억9079만원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18일간 150만원으로 17만회가 넘는 거래를 했다. 하루 1만회에 가까운 거래를 한 것이다. 그 결과 초기 투자금의 283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이를 요약하면 하루에 15배씩 수익을 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A씨가 운용한 API가 B거래소 이용약관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부터 따졌다. 당시 B거래소는 이용자들에게 별도의 API를 제공하지 않았고, A씨는 자체 제작한 API를 사용했다. 재판부는 "단기간 비정상적 수익창출 과정에서 가상화폐 시세에 부당한 영향이 발생하였을 개연성이 높다"며 "그러한 거래 행위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API가 단순 매수·매도 기능을 이용한 것이라고 해도 일반 회원들로서는 불가능한 다량의 거래를 발생시켜 단기간 수익을 발생시키는 행위는 사회통념상 부당한 행위"라고 밝혔다.

A씨는 이용제한 조치가 이뤄지자 B거래소에 '이용약관 위반 1차 경고로 끝나는 것인지, 회원 탈퇴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의를 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A씨가 약관 위반에 해당하는 이상거래임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B거래소를 방문해 금융사기나 개인정보 노출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절차가 "이용제한 사유 소멸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B거래소가 A씨의 이상거래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라면서 "A씨의 약관 위반 행위에 대해 B거래소가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봤다. 또 "거래소가 이용제한을 해제하면 A씨가 API사용행위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면서 "이용제한을 해제하지 않았더라도 제한 기간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오승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