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식 복지, 보여주기 아닌 실질 혜택 중심"
서울시, 부양의무기준완화·긴급지원 확대
비주거시설 거주자 소외 등은 해결 과제
서울시가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중심에 둔 2019 복지정책을 발표했다. 복지는 박원순 시장이 가장 호평 받는 분야다. 박원순식 복지에 특징과 전략이 없다는 지적과 복지 틈새를 찾아 곳곳을 메우는 소량 맞춤형 전략이 박원순 방식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시는 15일 서울형 기초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돌봄SOS센터 신설 및 서울형 긴급복지 확대 지원 등 공공지원 문턱을 낮추고 보다 탄탄한 복지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법정기준이 맞지않아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수급을 받지 못하는 시민을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했다. 긴급복지예산은 두배로 늘렸다. 지난해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증액했으며 재산기준 완화 및 지원기준 조정으로 수급 대상을 확대했다. 어르신 일자리 및 중장년을 위한 사회공헌형 보람 일자리 7만8000개를 만들고 저소득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도 2만8000명에게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서울시 복지 정책에 전략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기존 정책 빈틈을 찾아 다니고 전에 없던 시도를 펼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종류의 다양함을 넘어 복지 정책 차원을 한단계 높일 때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박 시장 취임 후 복지 예산을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 복지예산은 시 전체 예산(35조7416억원)의 약 30%를 차지하는 11조1000억원이다. 박 시장 취임 초 4조원이던 것에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투자가 늘어난 만큼 시민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서울시가 지난 11일 공개한 시민 8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지난 4년간 서울시가 가장 잘해온 분야를 묻는 질문에 '복지·건강'이라고 답한 비율이 19.3%로 가장 높았다.
평가가 후하다고 복지 요구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시민들은 서울시의 가장 심각한 복지 문제로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부족'(26.0%)과 '복지사각지대의 취약계층'(24.4%)을 꼽았다. 시민들은 복지를 가장 잘한 정책으로 뽑으면서 해결 과제도 여전히 많다고 답한 셈이다. 두 반응 사이 격차에서 서울시 복지정책의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은 "복지 예산 증가가 서울시 복지 정책 강화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고 지적한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시 복지예산은 대부분 수당의 자연증가분 이상을 반영하지 못한 관행적 예산편성이다. 뉴딜일자리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느라 지원대상을 줄이거나 고용기간을 몇개월 줄이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나머지 순증분도 많은 경우 정부 복지정책 강화에 따른 시비 매칭비용이 증가됐기 때문이다.
또다른 지적은 총량 증가에 비해 특징과 실질적 복지 수요 해결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각종 복지정책에 '서울형'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정작 박원순 복지를 상징하는 대표 상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 복지정책의 문제 진단을 다시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지원 대상 확대나 전달 체계 확충이 서울시 빈곤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시 정책에서 지원 대상 확대는 대개가 소득 기준을 높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상층인데도 배제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이들이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등 비주거시설에 거주하는 이들이다. 누구보다 복지 지원이 필요한 이들이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전세금·주거비 지원 등에서 탈락하기 십상이다.
복지 정책에 대한 전략적 접근과 관련해선 자치구에서 모범을 찾을 수 있다. 동대문구는 높은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실태 조사에 나섰고 기초생활수급자는 물론 차상위계층에서 자살이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5000여명에 달하는 지역 내 차상위계층을 조사하고 14개 유관 기관이 합동해 이들에 대한 관리, 상담, 원스톱 지원 등 선제적인 자살예방 활동을 벌였다. 8년간 집중적 노력을 펼친 결과 동대문구 자살자는 2009년 한해 115명에서 지난해 64명으로 절반이 감소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복지 정책, 자살률 감소 등은 예방적 접근이 중요하다"며 "동대문구 5000명, 서울시 약 12만명에 달하는 차상위계층을 집중 관리하면 고독사 등 자살 사망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식 대표 복지가 없다는 지적엔 이견도 있다. 최영 중앙대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규모가 크다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 불과하며 지자체 차원에서 독자적이고 선명한 복지정책을 구사하기엔 한계가 많다"며 "서울시는 '폼나는 한방'보다 곳곳을 뒤져가며 기존 정책 틈새를 찾고 복지사각지대를 메워 가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같은 방식이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천처럼 대중에게 각인되는 이미지 효과는 적지만 정책의 실질적 혜택을 보는 이들은 늘어날 수 있는 방식"이라며 "소량 다품종 맞춤생산 방식이 박 시장이 택한 복지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