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피해 속출, 지방 깡통전세 초비상
2019-01-28 11:35:08 게재
청와대에 대책 요구 봇물
동탄신도시 경매사태 재현
2017년 강원도 한 아파트를 2억5500만원에 전세 계약을 한 A씨는 만기가 다가오는데 집 주인이 보증금을 못내준다고 버티자 27일 청와대에 전세금 반환보증을 확대해 달라고 청원했다. A씨는 계약 당시 매매가 2억6500만원으로 전세가와 10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직장 문제로 불가피하게 이 집을 계약했고, 계약 시점에는 전세금반환보증보험도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가 계약을 할 때 전국적으로 갭투자(전세를 안고 주택을 사는 투자 방식) 광풍이 불었다. 갭투자자가 집을 사들인 후 전세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일이 속출한 것이다. 지난해 경기 화성시 동탄1신도시에서는 보증금 문제로 무더기 경매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깡통전세' 대란의 시작이다.
깡통전세는 집 매매가격이 전세보증금에 못미쳐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모두 받아낼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2016년 전세대란으로 전세가격이 폭등한 이후 집값이 떨어진 지방을 중심으로 깡통전세가 퍼져 나갔다.
올해들어 깡통전세에 따른 경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 화성시 능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세입자는 집주인 B씨가 보증금을 내주지 않자 법원에 경매를 신청했다. 이 주택 감정가는 2억4400만원. 하지만 9일 열린 첫 경매는 유찰됐다. 2차 기일에는 최저입찰가격이 1억7000만원대로 내려간다. 세입자 전세보증금 2억3800만원을 떠안고 이 주택을 살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는 갭투자 열풍으로 동탄1신도시 아파트를 사들인 B씨 소유다. 지난해 초 동탄신도시에서 무더기 경매가 쏟아진 아파트 59채도 모두 B씨가 갭투자로 사들인 곳이다.
깡통전세는 지방이 더 심각하지만 점차 수도권까지 확산될 태세다. 서울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집값과 전세가가 하락하고 있어 보증금을 못내준다는 집주인이 속출하고 있다. 동탄신도시에서 경매를 신청한 한 세입자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다 써버려 다음 세입자가 나타날 때까지 돈을 못 준다며 버티고 있다"고 한탄했지만,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보증금 차액이 없어 은행 문을 두드리는 집주인도 늘어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깡통전세 문제가 심각하다며 해결책을 제시한 의견도 올라왔다. 강원도 청원인 A씨는 △보험 가입 세입자 뿐만 아니라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은 모든 세입자를 대상으로 전세금 반환보증 시행 △집주인(임대사업자) 이름으로 전세금보증보험 의무가입 △전세금 반환 소송 2회 이상 세대주의 임대 자격 제한 등을 제안했다.
깡통전세가 올해 국내 가계부채 구조조정의 주요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5일 가계부채관리 점검회의에서 "국지적인 수급 불일치 등으로 전세가가 하락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 때 반환하지 못할 수도 있는 위험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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