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국회의원, 사기업 고문 '직행'
상임위 관련기업 취업 허용
폭넓은 취업제한 예외인정
다음주 취업현황 공개예정
국회의원이 퇴직 직후 곧바로 취업제한 기업체에 이동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하기 전에 소속됐던 상임위원회와 연관된 기업으로 옮긴 사례도 드러났다. 국회는 다음주중 추가로 국회의원과 국회 고위직 퇴직자의 취업제한기관 취업현황을 공개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회 사무처에서 내놓은 '2018년도 국회퇴직공무원 취업이력공시'에 따르면 19대 국회 후반기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에 소속됐던 김종훈 전 의원이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로 일했고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지경부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감시한 김태환 전 의원은 아시아나항공의 고문을 맡았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있었던 박창식 전 의원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으로, 정무위에서 일한 박대동 전 의원은 삼성화재의 사외이사로 이동했다. 국토위에 오랫동안 있었던 이노근 전 의원이 한국주택협회 고문으로 간 것도 눈에 띈다.
국회 고위공직자들이 퇴직한 직후 곧바로 '취업제한기관'으로 옮겨가는 것도 허용됐다. 19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끝난 2016년에 취업제한기관에 입사한 19대 국회의원이 16명에 달했다. 강창희 전 의원은 퇴직한 직후인 6월 1일에 미원스페셜티케미컬의 고문으로 이동했고 김희국 전 의원도 같은 날에 삼보기술단의 고문으로 들어갔다. 강기윤 김제식 김태환 김회선 박대동 이노근 이인제 전 의원 등은 같은해 7월과 8월에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하기도 했다.
◆퇴임하자마자 취업제한기관으로 = 박흥신 김대현 휴환민 성석호 하윤희 김태훈 등 국회 고위급 공무원들도 퇴직한 지 3개월 이전에 취업제한기관 취업에 성공했다.
취업제한기관 취업이 대거 승인된 것은 '공직자윤리법의 시행에 관한 국회규칙'에 따른 예외조항 때문으로 보인다. 공직자윤리법에서는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국회에 대해서도 취업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별도의 규칙으로 정하도록 허용해줬다. 국회 규칙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심의, 확정한다. 규칙 25조에서는 공직자윤리법에서 규정한 것 외에 추가로 취업제한기관의 규모와 범위, 예외조항을 명시했다.
공직자윤리법은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취업제한기관 취업을 허용하는 '취업제한 예외조항'은 '의견서, 취업승인신청서의 퇴직 전 근무현황, 취업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 등을 고려해 취업을 승인할 수 있다'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9개 항목을 적시했다.
여기엔 '채용기간에 따라 일정기간 전문지식, 기술이 요구되는 직위에 채용됐다가 퇴직후 임용전에 종사했던 분야에 재취업하는 경우' '재직 당시에 직접 담당했던 업무와 해당 사기업체 등과의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없고 취업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퇴직전 5년동안 소속했던 기관에서 처리한 업무의 성격 비중 및 처리 빈도와 취업하려는 기관에서 담당할 업무의 성격을 고려할 때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취업하려는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자격증 근무경력 또는 연구성과 등을 통해 그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로서 취업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이 포함됐다. '취업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에 대한 유권해석이 승인 여부의 주요기준이 된다.
◆국회의원이 판단하는 '셀프 취업허용' = 게다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승인을 해야 한다'는 3가지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직제와 정원의 개정·폐지, 예산 감소 등에 따라 직위가 없어지거나 정원이 초과돼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면직된 경우' '국회 채용 계약시 전문성 특수성을 갖춘 인력의 원활한 채용을 위해 국회공직자 윤리위와 사전에 협의한 후 채용한 경우' '전문직공무원으로 7년이상 근무한 취업심사대상자의 퇴직 전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소속기관장과 협의해 전문성을 미리 인정한 경우로 취업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엔 취업제한기관 취업을 막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이같은 유권해석 기관은 국회공직자윤리위다. 그러나 국회공직자윤리위원 11명 중 국회의원 등 국회소속 공직자 4명이 들어간다. 또 '법관, 교육자, 학식과 덕망이 풍부'한 7명도 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 협의해 국회의장이 선임하도록 했다. '셀프심사'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대목이다.
국회업무를 담당하는 모 기업체 관계자는 "입법부의 힘이 날로 강화되고 있어 기업체에서도 입법뿐만 아니라 국정감사 등에 대비하기 위해 입법부 퇴직자에 대한 선호가 높아가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입법부 퇴직자의 인적 네트워크가 기업이나 협회 등에 절실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달 말에 국회 감사관실에서는 '2019년도 국회퇴직공직자 취업이력'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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