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빠진 웅진에너지

750억 사채 원리금 미지급···신용등급 'CCC'로 하락

2019-03-29 11:34:11 게재

그룹측 "추가지원 없다"

법정관리 가능성 높아져

코스피 기업 웅진에너지가 총 750억원 규모의 채권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신용등급은 CCC로 떨어졌다. 대주주인 웅진은 더 이상 추가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채권단과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웅진에너지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의견거절'로 인해 총 750억원 규모의 채권 원리금 미지급이 발생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웅진에너지는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아 제7회 전환사채 인수계약서에 따른 사채 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했고, 제4회와 제5회 전환사채 사채모집위탁계약도 사채 기한 이익 즉시 상실 사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제7회 전환사채의 원금은 150억원이고 이자는 32억8000만원이다. 또 제4회·제5회 전환사채의 총 원금과 이자는 각각 603억원, 4500만원이다. 이를 합한 웅진에너지의 채권 원리금 미지급액은 756억9542만원이다. 이는 웅진에너지 자기자본의 69.2% 수준에 달한다.

웅진에너지는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해 28일부터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상장 채권은 다음 달 11일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신용평가는 28일 웅진에너지의 제4회 외 무보증전환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부정적)에서 CCC(하향검토)로 하향 평가했다.

한영회계법인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1118억원과 지난해 말 기준 3642억원에 달하는 누적결손금과 유동자산 대비 과도한 유동부채 규모 등을 고려해 계속기업으로의 존속능력에 중요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의 최종결과로 발생될 수 있는 자산과 부채 및 관련 손익항목에 대한 수정을 위해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밝힌바 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1226억원만큼 초과하고 있어 영업실적 및 재무안정성이 크게 저하된 상태다.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도 각각 242.3%, 54.2%에서 474.6%, 63.6% 수준으로 크게 저하됐다.

정익수 한신평 연구원은 "잠정실적 대비 손실 폭이 확대되면서 재무안정성이 더욱 저하됐다"며 "이런 가운데, 침체된 업황 및 그룹의 재무상황 감안 시, 재무구조 개선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당분간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이 어려운 가운데,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 표명으로 자본시장 접근성도 저하됨에 따라, 웅진에너지의 재무부담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게다가 웅진그룹 측은 시장 상황이나 자금 여력 등을 고려할 때 웅진에너지에 대한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대주주인 웅진도 코웨이 지분인수로 재무여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웅진은 자금마련을 위해 코웨이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웅진씽크빅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대주단을 구성해 약 1조1000억원을 차입하는 방식이며, 만기(5년) 이자율은 연복리 7%다. 이는 자기자본의 28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자비용은 연간 500억원이 넘는다.

한편 웅진에너지는 태양광 발전의 소재인 태양전지용 잉곳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2006년 웅진그룹과 미국 선파워의 조인트벤처로 설립됐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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