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조, 65세 정년연장 군불때기

2019-04-09 11:57:26 게재

다음주 첫 노사 상견례 열고 TF 구성 압박에 나설 예정

정년 60세도 금융권서 시작

주요 시중은행과 국책금융기관 노조가 주도하는 금융산업노조(위원장 허권)가 올해 주요 목표로 65세 정년연장을 전면에 내세울 태세다. 대법원이 지난 2월 육체노동이 가능한연령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면서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은행권 노조가 선공에 나선 모양새다.

금융노조와 금융사용자협의회(회장 김태영)는 오는 16일 오후 올해 단체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협상에 나선다. 노조는 △정년 65세 연장 TF 구성 △과당경쟁 방지 합의사항 이행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의 추가적인 처우개선 △임금 4%대 인상 등을 이미 사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대법원 판결에서 드러나듯이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당장 정년을 연장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를 논의하기 위한 TF를 구성하자는 요구이기 때문에 사측이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정년 연장에 대한 요구안을 들고 나온 데는 당장 도입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 당분간 사회적 쟁점을 만들면서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노사는 2년마다 단체협상을 하기 때문에 올해는 임금협상만 하고, 다른 현안에 대해서는 내년에나 논의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 노조가 올해는 FT 구성을 목표로 하고 내년 이후 본격화하겠다는 셈법이 있어 보인다.

금융권 노사는 주5일제가 도입되던 2000년대 초 정년 60세 도입을 선도적으로 시행한 경험도 있다. 당시 은행권을 중심으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전례가 있다. 금융노조 내부에서는 향후 2~3년 안에 정년을 63~65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시기도 60세 전후로 늦추는 것을 현실화하겠다는 장기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또 과당경쟁 방지를 위한 노사간 합이사항 이행을 압박하고 나설 태세다. 노조는 지난해 '과당경쟁 방지 TF'에서 합의한 사항에 대한 이행을 점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감찰단을 구성해 감시에 나설 계획이다. 허 위원장은 "현재 핵심성과지표가 은행별로 90~100개에 달한다"면서 "분기별, 월별 할당을 통해 강제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데, 이를 완화하자는 것이 노사간 합의정신인 만큼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을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해 은행권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의 처우가 기존 정규직에 비해서 지나치게 격차가 크다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기존 정규직 임금의 60~70% 수준인 임금을 80% 수준까지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직원들에 대해서 교통비와 중식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도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시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노조의 이러한 요구가 순조롭게 논의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사측이 단체협상에 대해 의무가 없는 올해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의문이다. 경제사회노사정위원회 산하 금융산업위원회에서 별도로 논의한다고 하지만 강제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1년 늦추는 문제로도 노사갈등이 첨예했는데, 정년을 연장하자는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금융노사 교섭단 대표는 순서에 따라서 KEB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 산업은행, 광주은행, 금융결제원 노사와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등 각각 6명씩 맡기로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