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종업원 부당노동행위 때 무조건 법인처벌, 위헌”

2019-04-12 12:18:20 게재

고용부 “법 개정 추진”

노총 “현실 무시 판결”

법인의 종업원이 부당노동행위를 해 처벌되는 경우, 법인에 대해서도 무조건 벌금형을 가하도록 한 양벌규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11일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법인의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되는 경우 그 법인에 대해서도 같은 조항의 벌금형을 가하도록 한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자동차 등의 제조업체인 A법인 임직원들은 노동조합 조직과 운영에 지배·개입한 혐의로 기소됐고, A법인도 양벌규정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A법인은 양벌규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4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을 신청했고, 제청법원인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해당 규정은 ‘법인 또는 단체의 대표자,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단체 등의 업무에 관해 부당노동행위 등을 한 경우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단체 또는 개인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벌규정’이란 ‘법인의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한 위법행위를 한 때에 행위자를 처벌하는 외에 그 법인도 처벌’하는 규정을 말하는데, 행정법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정된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법인의 가담 여부나 이를 감독할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법인에 대한 처벌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달리 법인이 면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곧바로 법인을 종업원 등과 같이 처벌하는 결과, 법인은 선임 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해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에도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형벌을 부과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해 반응이 엇갈렸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향후 판결 취지에 부합하면서도 부당노동행위 등 노조법 위반 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통해 “(부당노동행위는) 대표자의 지시 없이 노무 담당자 등이 단독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런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회사 대표자와 행위자를 모두 처벌하도록 한 규정을 위헌으로 본 이번 판결은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행위자에 대해서만 처벌한다면 법적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당노동행위 등 노조법 위반 행위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성열 한남진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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