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세먼지전쟁 승부처 '녹색교통지역'

2019-04-16 11:47:12 게재

5등급 경유차, 사대문 안 못 다닌다

시범운영 후 12월부터 과태료 25만원

녹색교통지역이 박원순 미세먼지 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가 시민 불편 등을 극복하고 미세먼지 감축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시는 15일 미세먼지 10대 그물망 대책을 발표했다. 생활 속 오염물질을 촘촘히 관리, 작은 미세먼지 발생원까지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10만대에 달하는 배달 오토바이와 중소형 경유 마을버스 444대를 전기차로 교체한다. 2020년까지 가정용 노후 보일러 90만대를 친환경콘덴싱보일러로 바꾼다.

소규모 배출시설 밀집지역은 집중관리지역으로 지정, 관리한다. 가산· 구로 디지털단지, 성수지역, 영등포역 주변을 시범 선정하고 대형 공사장 등 상시 관리가 필요한 곳에는 2500대 간이측정기를 설치한다.

서울시 대책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녹색교통지역 운영'이다. 시는 7월 1일부터 한양도성 내 16.7㎢ '녹색교통지역'에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한다. 전국 245만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 대상이다. 12월 1일부터는 25만원 과태료도 부과한다.

녹색교통지역과 함께 논란이 예상되는 대책은 '시즌제'다. 미세먼지 발생이 잦은 특정 기간을 설정, 차량 2부제와 노후차 단속 등을 상시 시행하는 제도다. 저감 효과가 클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시민 반발 등 부작용 우려도 크다. 특히 시즌제와 녹색교통지역이 결합될 경우 서울 사대문 안은 사실상 노후 경유 차량이 다닐 수 없는 지역이 된다.

강도 높은 대책이 속속 나오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해 미세먼지 대책 수위를 낮추자는 주장은 아무도 꺼내지 못하지만 원성이 커지면 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물러설 뜻이 없어 보인다. 그는 "미세먼지와 전쟁을 벌여서라도 시민 건강을 지키겠다"며 "시민의 불편함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지만 공공이 먼저 불편함을 감당하고 어려움이 있으면 시민들께 솔직히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전쟁'이 성공을 거두려면 정부와 공조가 필수다. 서울시 제안으로 지난달 8개 미세먼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지속적인 법·제도적 뒷받침은 물론 반대 여론을 뚫기 위한 정부와 협력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 시 내부에서 희망적 전망이 감지된다. 정부와 청와대가 이번 대책과 관련, 전에 없이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대책 발표를 앞둔 지난 12일 청와대 수석급 인사와 담당 비서관이 서울시를 방문, 발표 내용과 후속 대책 등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15일 발표 이후에도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 최종본을 요청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정부와 협력도 파란불이 커졌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교수 시절 서울시 각종 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있다. 박 시장과 친분도 깊을 뿐 아니라 지난해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정책으로 곤혹을 치를 때에도 외부 인사로는 드물게 박 시장 정책을 지지했다. 15일 서울시 대책 발표장에 환경부 담당 국장이 이례적으로 참석한 배경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시 주요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이 제로페이에 힘을 싣고 미세먼지 대책에도 공조가 강화되는 등 정부와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서울시와 정부가 관행과 정치적 요인을 딛고 '원팀'이 되면 민생 문제 해결에 획기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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