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협약 위반, EU제재 얼마든지 가능"

2019-04-29 11:18:24 게재

노동연, 경영계 주장 반박

관세·수출입제한 등 거론

유럽연합(EU)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미루는 한국에 다양한 경제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KLI) 국제노동브리프 4월호에 실린 남궁준 KLI 부연구위원이 작성한 '한-EU FTA 노동조항 관련 분쟁의 맥락'에 따르면 "한-EU FTA 노동 조항 위반과 제재는 무관하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단정적인 생각"이라며 "노동문제를 통상 관련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는 등 사실상의 '제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남궁 부연구위원은 EU가 노동조항 위반을 이유로 어떤 제재도 부과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한-EU FTA 제13장을 직접 근거한 특혜관세 철폐 등의 무역제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제재의 유형도 다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U나 회원국이 독자적으로 노동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서 생산된 상품에 경제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확률은 높지 않지만 전통적 무역조치인 관세, 수출입 수량 제한부터 조세, 규제, 공공조달, 기업보조금 제도 등의 영역에서 노동권 존중 여부와 정도를 고려해 불이익을 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ILO 비준 압박이 주권침해 혹은 내정간섭이라는 주장에 대해 "FTA의 목적 자체가 체약국들이 상호 시장개방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얻고자 일정 부분 주권 행사를 유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주장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남궁 부연구위원은 ILO 비준을 위한 노력 위무가 구속력이 없거나 법적의무가 아니라는 주장에도 "국제법적 의무는 '행위 의무'와 '결과 의무'로 양분되는데, 한-EU FTA 제13장의 노동 조항은 전자에 속한다"며 "법적 의무로서 구속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지난해 12월 한국이 ILO 기본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한-EU FTA 제13장의 분쟁해결 절차에 돌입했다. 첫 단계인 '정부 간 협의'는 지난달 18일 끝났고 EU는 최종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압박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입장자료를 통해 "ILO기본협약에 대한 비준은 EU측의 통상압력이 아니라 우리나라 노사관계와 노동법, 제도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바탕으로 주권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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