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살던 네가족 "집이 생겼어요"
마포구 긴급 위기가구에 임시주택 지원
'마포하우징' 1호 탄생, 2022년까지 95호
"정부·서울시 공공임대로 잇는 사다리"
"지난 3월 경의선 철길을 걷다가 주머니를 뒤졌는데 1만2000원이 있더라구요. 그게 전 재산이었어요. (일용직) 일당 받던 계좌까지 압류당하고…."
김형성(42·가명)씨는 아내와 연년생 두 딸과 함께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 고시원에 방 두 개를 얻어 살던 참이었다. 학원을 운영하다 큰 빚을 지게 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마저 채무를 남기고 돌아가시면서 지난해 6월부터 떠돌이 생활을 이어왔다. 셋방을 떠날 때 밀린 월세만 8개월치. 세간살이까지 모두 처분하고 게스트하우스며 모텔 찜질방을 전전했다. 이삿짐센터 등에서 일용직을 하며 근근이 버티던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정들에 공감이 갔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김씨네 네가족에 주소지가 생겼다. 마포구 성산1동 한 빌라. 방 셋에 자그마한 거실 겸 부엌까지 갖춘 57.96㎡ 공간이다. 마포구가 주거위기에 처한 가구와 주거 취약가구를 위해 마련한 공공임대주택 '마포하우징'이다. 지난달 말 입주한 김씨네를 2일 유동균 마포구청장과 공무원들이 방문, 새 출발을 축하했다. 김씨는 "극단적인 상황이었는데 살아남았다"며 "잠도 푹 자고 마음이 편해졌고 무엇보다 일자리를 비롯해 모든 가능성이 열린 것 같다"고 안도했다.
마포하우징은 마포구에서 주택을 매입해 지원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재난이나 강제퇴거 가정폭력 등으로 갑자기 주거지를 잃은 주민부터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기다리는 주민을 위한 공간이다. 저소득 청년이나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가운데도 주거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거주할 수 있다.
마포구에서 중앙정부 서울시와 별개로 공공임대주택을 구상한 건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공임대주택 지원을 신청한 마포구 주민은 2026가구나 되는데 입주 대상은 420가구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몇달씩 기다려야 해 긴급 지원이 필요한 가구에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유동균 구청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 반대의견이 많았다. '표가 되지 않는다'고 만류했지만 유 구청장은 공약을 접지 않았다. 중학교를 그만두고 14살부터 가장 아닌 가장 역할을 해온 그는 집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유 구청장은 "다리 밑에서도 살아봤고 성미산 토굴에서도 살다가 동주민센터에서 모금한 사글세를 지원받기도 했다"며 "의식주라고 하지만 집이 있으면 옷이나 먹거리는 어떻게든 해결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마포구는 올해 주택 10호를 매입하는 한편 LH SH 지원으로 10호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이런 형태로 2022년까지 95호를 마련한다. 올해 20가구를 시작으로 2022년까지 총 80가구에는 임대보증금이나 주거이전비용 등 주거안정자금을 지원한다. 매달 주거위기가구를 조사, 김씨네에 이은 2호 입주자도 선정한 상태다.
마포구는 주거취약계층이 마포하우징을 통해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지원하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때까지 안정을 찾고 보다 빨리 지역사회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호 입주자인 김형성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에 살던 동에서 3~6개월 기다리면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고 했는데 다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사형선고"라며 "(마포하우징은) 3개월까지 무상이고 이후에 계약조건을 다시 정하는 형태라 안심"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부부도 일자리를 찾을 계획이다.
마포구는 민간자원과 연계해 가구와 가전제품 등을 지원하는 동시에 일자리경제과 가정복지과 교육청소년과 보건소 등 각 부서 협업으로 입주자들 자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행정에서 조금만 지원해주면 얼마든지 일어설 수 있다"며 "주민들 어려움을 알고만 있는게 아니라 해결하는 게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희망이 있어야 주민 삶이 개선된다"며 "마포하우징은 토지주택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 임대주택과 연결하는 다리 역할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