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강보 처리안에 대한 비판, 진실일까?
2월 22일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금강 3개보에 대한 처리방안(세종보-해체, 공주보-부분해체, 백제보-상시개방)을 제시했다. 이후 금강 지역 일부 주민들과 이해관계자들은 2015년 발생한 충남 서부권의 극심한 가뭄을 상기시키며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할 경우 가뭄·홍수 대비가 취약해진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과 다르다'. 첫째, 가뭄 대비가 취약할 것이라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금강에는 가뭄시 금강 수계 외 지역으로 물을 이송하는 도수로 2개가 있다. 하나는 보령댐에 금강물을 공급하는 보령댐 도수로다. 이는 금강본류(부여 규암지점)에서 초당 약 1.3t을 취수한다. 최근 3년(2016~2018년) 갈수기(4~6월) 기준으로 공주와 부여 지점에서 금강물이 초당 70t 정도 흘러간 점을 감안하면 2%에도 못 미치는 양이다.
또 하나는 예당지 도수로다. 이는 삽교호 수계에서 예당지 저수지로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다. 초당 2.5t 정도 보낼 수 있고 2017년도 설치 뒤 지난해 8월 약 18일 동안 가동했다. 이 두 도수로는 취수구가 취수지점의 하천수위보다 낮아 보와 관계없이 취수가 가능하다. 때문에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개방하면 도수시설 가동이 어렵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농업용수는 증발량을 제외한 상당량의 물이 지표수 또는 지하수 형태로 금강으로 회귀하고 극한 가뭄에도 초당 약 30t이 흘러가는 금강 유황(물 흐름 상황)조건을 고려하면 금강물이 부족해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통수단면 줄이는 보, 오히려 홍수위험 키워
둘째 보를 해체하게 되면 홍수 위험이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홍수 위험성은 통수단면(넓이와 높이의 관계)이 작을수록 커진다. 하천 넓이가 같다면 제방이 높을수록 홍수 안정성이 커진다. 반면 제방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구조물 등에 의해 유수면이 높아지면 제방높이가 낮아지므로 홍수위험성이 늘어난다. 4대강사업 일환으로 설치된 보는 통수단면을 작게 해 홍수를 예방하기보다는 물 흐름을 막아 오히려 홍수위가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보가 없으면 물 흐름 공간이 확장되므로 오히려 홍수위험도를 낮출 것이다.
단편적 분석은 '현상분석 오류' 일으켜
마지막으로 혹자는 세종보 하류 금강의 녹조량이 보 개방 전보다 개방 뒤 5배 이상 늘어났다며 보를 개방하거나 해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강물의 유황 유속 수온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기간분석만으로 녹조발생량 정도를 규정하면 자칫 현상분석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가뭄이 발생하면 수질은 악화되는데, 일례로 세종보 개방(2018년 1월 24일 ~12월 31일) 뒤 연중 가장 무더운 8월에만 개방 전(2013~2016년)에 비해 조류 농도가 약 4배 늘어났다. 그러나 이때는 2018년 장마(7월 12일~8월 15일) 이후 강수량이 1.3mm로 예년 168.3mm의 1% 수준에 불과하고 기온은 30.7℃로 예년보다 3.5℃ 높았다.
인위적으로 금강 물을 막아 큰빗이끼벌레 출현, 물고기집단폐사, 녹조 대발생 등 여러 가지 환경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금강에 보가 건설될 당시부터 8년 간 금강을 모니터링을 한 뒤 최근 1년 반 동안의 보 개방과정을 통해 물이 맑아지고 생태적으로도 금강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가뭄이 있을 때에도 보다 더 건강한 물과 생태조건 속에 물이 이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은 물론 유역주민 스스로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