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미중 패권전쟁 … 중국 팽창전략 vs 미국 포위·봉쇄

2019-06-10 11:43:54 게재

지구촌의 두 슈퍼파워 미국과 중국이 패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중 양국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단순히 교역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한해 3000억~40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무역적자와 중국의 폐쇄적인 관행을 고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숫자싸움에 그치지 않고 밀릴 수 없는 파워게임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6월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전쟁의 휴전이나 종전에 성공하더라도 패권싸움은 전선만 옮겨질 뿐 끊임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에 대해 헤게모니, 패권을 차지하려는 격한 투쟁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육지 실크로드를 되살리는 것은 물론 해상 실크로드까지 개척하겠다는 일대일로( 一帶一路)를 통한 팽창전략을 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급부상을 억제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올가미를 씌어 포위·봉쇄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무역전쟁 종전이냐, 확전이냐 미중 기로 = 미중 무역전쟁이 6월말 종전이냐, 확전이냐 갈림길에 서게 된다. 미중 정상이 28일과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도중 회담을 갖고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만난 직후에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전량인 3250억달러 어치 전부에 25% 관세를 물릴 것인지를 최종 결정할 것임을 밝혀놓고 있다. 만약 두 정상이 돌파구나 전격 합의점을 찾을 경우 미중 무역전쟁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반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전면전으로 비화돼 양국경제는 물론 한국 등 관련국 경제, 나아가 지구촌 경제 전체를 뒤흔들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소비자들도 한가구당 2000달러씩 더 쓰게 되고 미국경제 성장률은 0.4%포인트나 빠지게 되는 등 미국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톱다운 방식으로 빅딜에 합의하고 무역전쟁을 끝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재선 타격 가능성에 주춤 =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폭탄을 투하하며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에서 "시간은 미국편"이라며 승리를 자신하고 타협의 여지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물건 값이 급등해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제발등 찍기가 현실화돼서 자신의 재선가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무역 전쟁이 조기에 끝나지 않으면 중국경제에 타격을 가하겠지만 미국경제도 피해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무역 전쟁이 조속히 끝나지 않으면 미국인들이 가구당 연 767달러에서 2000달러 이상 물건 값을 더 부담하게 되어 소비자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CBS 뉴스는 이미 발효된 중국산 2000억달러 어치에 대한 관세 25%가 부과돼 미국 소비자들은 4인 가정당 물건 사는데 한해에 767달러를 더 쓰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에 올라간 관세 25%가 부과되는 중국산들은 냉장고와 백팩, 지갑, 샴푸와 일부 가구, 과일, 너트 등 5700개 품목이나 된다. 미국이 관세 25%를 부과 하면 중국이 아니라 중국산을 들여오는 미국 수입업체에게 물리게 되고 이는 대부분 가격인상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하고 있는 대로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 전량인 3250억달러어치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인 가정당 한해에 2000달러 이상 더 돈을 쓰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산 전량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대상들은 휴대폰과 TV, 의류와 신발, 장남감 등 미국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물품들이어서 그만큼 가격급등에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투하와 중국 등의 맞보복 관세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업체들은 주로 중서부 농업지대 등에 몰려 있어 자신을 선출해준 공화당 아성에 가장 큰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중국 팽창전략으로 '전방위 도전' = 미중 무역 전쟁이 쉽사리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 배경에 세계 패권을 놓고 밀릴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중은 무역전쟁을 넘어 훨씬 광범위한 분야에서 충돌하고 있다.

도전자인 중국은 싫든 좋든 밖으로 나가 미국에 도전해야 하기 때문에 팽창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은 경제파워를 바탕으로 경제영토를 확장하고 정치지도력, 군사력까지 키워 미국의 대체파워로 올라서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2010년에 세계 2위로 올라선 슈퍼파워 중국이 도전자로서 팽창전략을 추구하고 세계 1위 미국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긴장시킨 중국의 팽창전략은 2014년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로 꼽힌다. 중국은 대륙과 해상을 통해 밖으로 팽창해야 패권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구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로 구상의 하나는 육지기반의 실크로드 경제벨트 계획이고 다른 하나는 해상기반의 21세기 해상실크로드 계획이다. 육지 실크로드를 따라 대륙에서 유럽, 아프리카까지 통로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해상 실크로드를 개척해 태평양, 인도양, 오세아니아까지 팽창시킨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이와 동시에 어느 나라로부터도 공격받지 않을 정도로 국방력을 강화한다며 군비를 대폭 늘려 장비를 현대화하고 해군력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파워게임에 불을 지폈다. 미국의 태평양 군사력에 중국이 던진 도전장들은 미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는 둥펑 미사일의 실전배치, 젠-20 스텔스 전투기 개발, 항공모함 진수 등이다.

항공모함 공격용으로 개발된 대함탄도미사일 둥펑(DF)-21D 미사일은 지대함 미사일로 '항공모함 킬러'라고도 부른다. 사거리는 1800~3000km, 길이 10.7m, 직경 1.4m로 초정밀 기술로 개발된 둥펑-21은 일본에 모항을 두고 한반도 지역까지 오가고 있는 미 항공모함을 타격 할 수 있다.

중국은 젠-20 스텔스기를 개발해 시험비행까지 마쳤다. 당초 예상보다는 다소 늦은 2019년 안에 실전 배치될 것으로 미국측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항공모함 랴오닝호도 진수시켰다. 랴오닝호는 6만8000톤급으로 9만톤에서 10만톤급인 미국 항공모함보다는 작은 규모인데 2016년 11월에 공식 취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두 번째와 세번째 항공모함을 건조 중이다.

◆미국은 포위봉쇄 '올가미 작전' =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억제시키기 위해 봉쇄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우선 중국경제와 정치시스템의 허점을 부각시키면서 각국에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중국보다 미국편에 서는 게 이익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이 미국 편에 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투자하거나 중국에서 사업하는 외국기업들이 중국당국의 임의적인 통제와 제재에 큰 어려움과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은 나아가 자국이 피를 흘리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국을 보호해주고 이익을 건네준 국가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은 이미 중국의 팽창전략을 저지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동남아 오세아니아 인도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연결하며 중국을 포위하고 올가미를 씌우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2만8500명, 일본에 4만여명의 미군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여기에 하와이 주둔 미태평양사령부 병력까지 합하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10만 병력과 엄청난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은 해외 주둔군 사령부로서는 최대 규모인 미 태평양사령부와 60척의 군함과 350대의 항공기, 해군과 해병 6만명을 거느린 최대 전단인 제7함대를 총동원해 중국 포위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타이완과 필리핀에서도 대중국 포위망을 이어가고 있다. 1992년 철수했던 필리핀에 다시 복귀해 10년 동안 미군병력과 군함, 군용기, 정찰장비 등을 순환 배치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10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아세안과 협력을 한층 강화해 아세안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를 만들어 중국을 포위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은 항공모함을 포함한 대규모 전단을 사상 처음으로 베트남에 파견해 첫 양국군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미국은 중국과 접경한 아프가니스탄에 2011년 10만 병력을 파견해 놓고 있다가 거의 대부분을 철군시켰으나 아직도 9000명을 주둔시키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4500명, 쿠웨이트 6000명, 바레인 5200명, 카타르 3000명, 요르단과 아랍 에미리트 각 1500명씩의 미군을 배치해 놓고 있다. 미국은 심지어 중국 이웃인 몽골에도 한해 300만달러를 제공하며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군사력, 정치파워까지 모두 포함하는 전 방위 파워게임이 펼쳐지고 있어 미국과 중국의 무한경쟁은 군사적 충돌위험까지 높아지고 있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