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노동'에 신음하는 10대 알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확대 시급"

2019-06-19 11:24:01 게재

용돈벌이에서 생계형으로 … 노동교육 경험 36% 불과

#1. 만 18세 청소년 A씨는 미용실에서 3주간 일을 했다. 하지만 쉴 틈도 없이 일을 해야 하고(휴게시간 미보장) 여러 어려움이 있어 더 다닐 수 없다고 사장에게 알렸다. 업주는 퇴사는 받아들이겠지만 식대와 수습기간 등을 고려하면 A씨에게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수습기간이 끝나면 근로계약서를 써주겠다는 업주 말만 믿은 채 일을 했다.

#2. 만 18세 청소년 B씨는 편의점에서 이틀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8시간 일한 것에 대한 임금을 받았지만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이었다. 업주는 최저임금과의 차액이 약 1만원에 불과한, 워낙 소액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 현장에서 부당처우를 겪은 청소년들이 '청소년 근로현장도우미'(아르바이트 현장을 방문해 업주와의 중재를 통해 문제 해결 지원)에 도움을 요청한 사례들이다. 문제는 이 같은 청소년들이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은 사고가 나도 제대로 된 보상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사진 이의종


김지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기를 딱 특정지을 수는 없지만 2014~2015년부터 일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는 게 포착이 됐다"라며 "게다가 청소년 노동시장이 과거 용돈벌이 식의 잔여적이고 부가적인 노동의 개념에서 생계형 노동으로 달라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청소년 근로실태조사 및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 200명 가운데 생활비를 벌기 위한 경우가 29.0%나 됐다. 부모에게 용돈을 받지만 자신이 추가적으로 원하는 소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답한 비율은 49.0%다.

또한 여성가족부의 '2018년 청소년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1주일 미만 단기 아르바이트를 한 경우는 2016년 35.6%에서 28.2%로 줄었지만 6개월 이상 장기 아르바이트는 20.6%로, 2년 전 14.1%보다 증가했다. 이는 전국 초등 4~6학년생과 중·고등학생 1만56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성희롱, 폭행당해도 참고 일한다 70.9% = 문제는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대부분 이른바 '밑바닥 노동'이라는 점이다. 어른들이 하지 않는 일이나 임금이나 노동환경이 떨어지는 일들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부당처우피해도 적지 않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이나 임금체불은 물론 성희롱이나 폭행을 당하는 일들도 있다.

2018년 청소년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언어폭력 및 성희롱, 폭행 등을 경험한 적이 있는 청소년들이 13.0%(복수응답)나 됐다. 하지만 이러한 부당처우를 겪고도 참고 계속 일하는 경우가 70.9%(복수응답)에 달했다.

청소년 특성상 단순히 부당처우나 임금체불 등 표면적인 문제 해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청소년 생활 여건이나 진로 등 여러 가지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 과거 정책 대상자인 청소년을 배제한 채 주위 근로환경 개선에만 중점을 뒀던 제도들이 실패한 이유다.

◆"노동 가치와 권리주장, 책임의식 배워야" = 김 선임연구위원은 "요즘 아이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자기 권리'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졌고 각종 노동법 관련 지식들을 인터넷 등을 통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며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노동인권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청소년기에 경험한 노동에 대한 인식은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도와 어른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이어져 세대갈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인권 개념에 바탕을 둔 노동 가치에 대한 이해는 물론 책임의식에 대해서도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동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있는 아이들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2018년 청소년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권익교육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한 경우가 63.9%나 됐다.

노동인권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근로권익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청소년 중 71.9%가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이에 여가부는 청소년 대상 '찾아가는 노동인권교육'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549회에서 올해 1800회로 늘릴 계획이다. 청소년 근로현장도우미 사업도 강화한다. 청소년 근로현장도우미는 청소년의 생활 여건 및 노동 이유를 파악해 건강·진로상담, 학업복귀, 직업교육, 성희롱·성폭력 피해 지원 등 각각 흩여져 있는 서비스들을 종합적으로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한다. 부당처우 등이 일어난 아르바이트 현장을 방문해 문제 해결을 하는 건 기본이다. 여가부에 따르면 청소년 근로현장도우미 중재로 해결된 노동문제는 2017년 8384건에서 2018년 1만8112건으로 증가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