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경제 | 헬렌을 위한 경제학
'작은 소유자'들의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20세기 초반 자본주의 시대를 살았던 힐레어 벨록은 거대 자본의 독점이 야기한 끔찍한 폐해를 목격했다. 그는 자본주의란 새로운 노예 국가일 뿐이고, 대다수 국민들은 자본가에게 종속된 사노비(자본주의)나 국가 관리들에게 예속된 공노비(공산주의)로 전락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벨록의 경제학은 대규모 산업 자본주의와 국가 사회주의라는 지배적 경제 흐름을 배격하며 작은 재산, 자유, 행복 등 인간적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한다. '작은 소유자'들이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분산 사회로 가는 길이다.
이 책은 벨록의 경제 사상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두 편의 저술을 엮었다.
'헬렌을 위한 경제학'은 벨록이 요절한 후배의 딸 헬렌에게 경제학 기본 원리를 최대한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한 책이다. 동시에 현실 경제, 곧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진단한다. 저자는 1부 경제 원리에서 재산, 부(재부), 생산, 분배(분산) 따위의 굵직굵직한 경제 개념들을 명확하게 정의한 뒤, 2부 현실 경제에서 부의 분배 방식에 따라 경제 체제를 나누어 검토했다. 은행의 기원과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현대 금융 자본의 시장 잠식을 경고하고, 고리대금의 본질을 정의한 뒤 비생산성에 달라붙은 이자의 불합리를 지적한다. 시종일관 경제학의 엄밀성을 추구하면서도 경제학 그 자체는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 복리를 위한 수단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재산 복구론'은 자본주의 병폐를 극복하고 자유로운 개인들이 안정적 삶을 이루는 실천적 방법을 다뤘다. 독점을 방지하고 거대 자본을 해체하는 강력한 규제, 소자산가를 키우기 위한 여러 가지 보호 수단, 이런 대안들이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의식의 고양 등.
벨록은 분산 경제를 복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면서도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작은 변화의 단초나마 만들고 싶어 책을 쓴다고 고백했다. 독점자본주의는 재산이 어떤 식으로든 분산되어야만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자유의 작은 묘목을 심어 자유 평등 세상의 숲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
지금 상황은 벨록이 살던 때 보다 더 절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