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시간 초과근무로 사망 … 법원 "지병 있어도 산재"

2019-07-08 11:39:01 게재

부서원 장례 지원후 심부전증으로 사망

근로자가 자신의 업무 외에 직장 동료의 가족상까지 도운 뒤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병이라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법원은 초과근무로 인한 재해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회사원 이 모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중견전자회사 D사 직원인 이씨는 2016년 2월 부서원의 장인상이 생기자 사흘간 조사지원팀장을 맡았다. 조사지원팀은 회사 임직원의 조사(장례)가 있는 경우 빈소 운영이나 발인까지 돕는 역할을 한다. 이씨는 장례식 둘째 날부터 가슴 통증과 소화불량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다른 직원의 장례를 돕는 일에 빠질 수 없던 그는 장례가 끝난 뒤에야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급성충수염(맹장염) 진단을 했다. 이씨는 수술을 받았지만 심부전에 의한 심인성 쇼크로, 입원 5일 만에 사망했다.

이씨 본인의 장례를 치른 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공단은 "이씨의 1주일 업무시간이 66시간48분으로 평상시보다 30% 이상 늘기는 했다"면서 "그러나 이씨 사망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닌, 충수염 수술로 평소 망인이 가지고 있던 심부전 등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사망과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유족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유족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 법령에는 발병 1주일 이내 업무량과 시간이 이전 12주와 비교해 30%이상 증가한 경우를 '단기간 업무상 부담이 증가해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 과로를 유발한 경우'의 일차적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며 "이씨가 발병 전 1주 동안 근무시간이 66시간48분으로 이는 12주 전체 주당 평균 근무시간인 38시간14분과 비교해 업무증가량이 30%를 크게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조사지원팀 업무로 수면시간 부족과 장례지원 업무 자체의 과중함 등으로 상당한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조사지원팀 업무 등에 따른 단기간의 업무상 과로와 급성충수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심부전 등이 자연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됐다"고 판단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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