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

"노사를 넘어 상생·연대가치 확산 앞장"

2019-07-17 18:17:25 게재

비정규직 문제 해결, 최우선 과제로 … 23년 스웨덴 경험 잘 녹여낼 터

사무금융노사가 '차별없는 일터, 함께 잘사는 사회' 실현을 위해 공동으로 출연해 설립된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6월 12일 공식 출범했다.

'우분투'(Ubuntu)는 아프리카 코사족 말로 '네가 있어 내가 있다'란 연대를 뜻이다. 재단은 지난해 11월28일 발기인 총회를 거쳐 올해 1월 금융위원회 산하 재단으로 설립승인을 마쳤다.

재단에는 KB증권, KB국민카드, 애큐온저축은행, 교보증권, 하나외환카드, 신한생명, 비씨카드, 한국예탁결제원, KB캐피탈, 한국증권금융, 더케이손해보험, 한국교직원공제회의 노사가 공동으로 기금을 출연해 2021년까지 80억원이 약정됐다. 신필균 신임 재단 이사장을 통해 비전과 철학을 들었다.

신필균 이사장은│1947년생으로 이화여대를 다닐 때 학생운동과 현장 노동운동을 했다. 1973년 스웨덴 정부 장학금으로 스톡홀름대 국제대학원에 입학했으나 1974년 국내에서 민청학련 사건으로 선후배들이 구속, 수배되면서 스웨덴에 눌러 앉게 됐다. 스웨덴 국가사회보험청, 스톡홀름시 의회 전문위원으로 복지행정과 연구활동을 하다가 23년 만인 1996년 귀국했다. 이후 김대중정부 대통령 비서실에서 민정2·시민사회 비서관을 거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을 지내고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와 스웨덴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우분투재단에 이사장으로 참여한 계기는.

우리사회는 지금 대단한 갈등사회다. 어느 사회나 갈등은 있다. 하지만 갈등의 형태와 상관없이 장기화되는 것은 좋지 않다. 발전에 저해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이제 신분제로 고착화되고 있어 안타까웠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으로부터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위해 우분투재단 만드는 과정을 듣고 대단히 신선했다.

특히 산별노조에서 먼저 기업에 제안하고 밑으로부터 조합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 좋았다. 스웨덴 등 복지국가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 상생·연대인데 이 가치를 내세워 주저 않고 이사장직을 수락했다.

■우리사회가 노동시장 양극화, 사회불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진국에 비교해 우리나라는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에서 오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더 심각하다. 외환위기(IMF) 극복과정에서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고착화되면서 현대판 신분제도 같이 돼 버렸다.

이는 소득불평등의 주요 원인이자 고용불안, 청년실업, 여성 경력단절, 자영업자 과다 출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산층 중심의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동정책, 복지정책 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 전체 틀에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또 문화 속에서 상생정신이 사회규범으로 정착돼야 한다. 우분투재단의 가장 중요한 철학이 공정성 실현과 연대 가치 구현이다.

■스웨덴에서 20여년간 공부하고 활동하셨다.

스웨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노동중심의 소득보장이다. 이는 연대임금제도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다. 임금은 어느 정도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라야 하고 같은 일이라면 대우가 공평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연대임금제도가 실현된다.

또 모든 사람이 최대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업 기간 중 충분한 급여를 지급하고 무상 재교육과 훈련 등으로 새로운 좋은 직장에 재취업할 수 있다. 이런 희망이 있어서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 경쟁력 없는 기업은 도태하게 만들고 창업지원 등으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 노동정책과 가족정책이 상호보완 관계로 연계돼 있다. 남녀 간의 평등한 일할 권리를 보장하면서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맞벌이 부부의 소득으로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을 한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재단 활동과 연결한다면

우리사회의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기업, 노동자 각각의 역할이 있다. 노동자도 기업주를 상대로 투쟁만 할 때는 지났다.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사회에 더 나은 혜택이 돌아온다는 것을 설득력있게 내놓아야 한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인권이다.

스웨덴이 임금수준보다 더 풍요롭게 느끼는 것은 사회적 임금이다. 복지비용도 어느 시기가 되면 많이 들지 않는다. GDP 대비 사회 총지출이 28%로 미국(31%)보다 적다. 스웨덴의 이익분배율은 61.7%로 스위스(70%)보다 낮다. 임금상승만 바라는 것이 아니라 평균점에 중점을 둔다. 중산층의 두께를 두껍게 하는 정책을 짠다.

재단은 가장 적대관계로 치닫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제2금융권 비정규직 실태조사와 개선방안 연구용역 등을 통해 정부, 기업의 역할 분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려고 한다. 더 나아가 사무금융 노사를 넘어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사회에 확산해 나가려고 한다.

■사업계획 중에 정규직 지원 사업이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중소·벤처기업에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재단이 서울신용보증재단 등 여수신기관과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정규직 전환을 한 기업에 자격인증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인증을 취득한 기업은 여수신기관으로부터 대출금리 우대와 중소기업육성자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한단계 더 나아가 서울시와도 협의해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금융의 공공성 측면에서 좋은 사업이다.

■ 배달노동자 지원사업도 눈에 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사용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노동자가 43만명이다.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배달노동자는 대부분 오토바이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오토바이는 자기차량 손해율이 높아 자차보험이 없는 상태고 일부 있는 것도 가입금액이 고액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고 발생하면 재단이 자차 수리비를 50만원 한도로 지원하게 된다. 더 나아가 서울 소재 정비센터와 협의해 이륜차 공임단가를 표준화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국제연대사업으로 베트남 푸옌(Phu Yen) 지역 주택 건립사업도 한다.

우분투 정신을 지구촌으로 확장해 글로벌 상생가치를 실현하는 사업이다. 푸옌지역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많은 양민이 희생된 곳이다. 한국인 증오비까지 있다.

베트남 노동단체와 협력해 푸옌지역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주거공간 개선이나 건립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푸옌 주민들이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기금규모가 크지 않다.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가려고 하는가.

앞으로 더 많은 노사가 참여해 기금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사무금융노조 조합원이 4~5만명 된다. 끝전떼기(자투리) 운동을 벌이면 연 약 20억원 정도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분투 사업에 전체 조합원이 참여를 이끌고 사회로 확산해 나가려고 한다.

■다른 상생재단과 사업이 중첩될 수 있는데.

얼마 전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주선으로 다른 재단 이사장, 담당자가 좌담회가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첩되는 사업들이 많았다. 중복된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고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도 있다. 협력할 수 있는 사업도 많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그 모임을 계속하기로 했다.

한편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16일 서울 종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9년 하반기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우분투재단은 사업계획으로 △사무금융분야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해 '제2금융권 비정규직 실태조사 및 처우 개선 방안안 연구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간 후생복지 차별을 줄이기 위한 '비정규직 장학사업' △중소·벤처기업의 정규직 전환 지원사업(마이크로크레디트) △우분투 정신을 지구촌의 확장한 '베트남 푸옌지역 주택 건립 △플랫폼 노동 확산에 따른 '배달노동자 일자리 유지를 위한 자기차량 손해 수리비 지원을 제시했다.

이밖에 △여성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 조성 △금융소외청년 지원 △사무금융권 40~50대 이직자 재취업 지원 등도 준비 중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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