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준기 기자 현장 리포트
한강발원지는 ‘연준모치’ 집단서식지
검용소 계곡에 서식
‘지하동굴 수계’ 통해 ‘오십천’ 유입 추정돼
‘금강모치 120(마리), 연준모치 70, 대륙종개 63, 참갈겨니 44, 버들치 36, 참종개 25, 새코미꾸리 11, 미유기 1’
7월 27일 오전 10시~11시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창죽천 상류 계곡에서 확인한 민물고기 리스트입니다. 채집 당시 강물 온도는 14.6℃, 기온은 24.7℃였습니다. 민물고기 덕후 2명이 족대와 포충망(잠자리채)으로 채집했고 종 확인만 하고 바로 방류했습니다.
이곳은 한강 발원지 검용소 바로 아래 계곡입니다. 한강 최상류에서 멸종위기2급 ‘연준모치’(Phoxinus phoxinus) 서식지가 새로 확인된 겁니다.
연준모치는 유라시아 대륙의 북부에 분포하는 냉수성 어류입니다. 유럽 시베리아 중국 북부 등에 주로 서식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한 동해안과 두만강 압록강, 남한의 남한강 상류와 삼척 오십천에만 일부 분포합니다. 남한은 세계적으로 연준모치 서식 남방한계선입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남한 내 연준모치 서식지는 모두 석회암지역에서 차가운 용천수가 솟아나는 곳들입니다. △평창 기화천(창리천) △정선 여탄천 △정선 동대천 △삼척 오십천 4곳입니다.
삼척 오십천의 경우 남한강 수계와 단절된 하천인데 어떻게 연준모치가 살고 있을까요? 백두대간으로 가로막혀 있지만 남한강과 오십천은 지하수계로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남한강 본류인 골지천에는 건천 구간이 여러 곳 있습니다. 비가 많이 와야 물이 흐르는 곳인데, 여기서 땅속으로 들어간 강물이 지하수로를 통해 삼척 오십천 유역으로 흘러간다는 얘기입니다.
채병수 박사(담수생태연구소)는 “삼척 오십천에는 한강수계 고유어종이 많이 유입돼 있다”며 “이들은 유전적 차이도 거의 없어 상호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말합니다.
7월 26일 오후 5시 30분에서 6시 10분까지 삼척 오십천에서 채집을 해보았습니다. △대륙종개 100(마리) △연준모치 62 △버들치 46 △피라미 32 △참종개 22 △황어 18 △쉬리 17 △새미 9 △산천어 3 △미꾸리 2 △새코미꾸리 2마리가 관찰됐습니다. 여기서 ‘산천어’ ‘황어’ ‘미꾸리’ ‘버들치’ ‘피라미’는 삼척 오십천 토착어종입니다. 그러나 ‘연준모치’ ‘쉬리’ ‘새미’ ‘참종개’ ‘새코미꾸리’ ‘대륙종개’ 등은 동해안 수계에 없는 종들이기 때문에 한강수계에서 유입된 것이 확실합니다.
송호복 박사(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는 “한강발원지 검용소 계곡에서 연준모치 집단서식이 확인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며 “멸종위기 생물종 서식지에 걸맞은 적절한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현재 검용소 계곡에는 대규모 고랭지 채소단지, 송어양식장 같은 하천 수질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시설들이 많습니다. 검용소 주차장 아래 계곡에는 하천 바닥을 긁어내고 주변에 주막촌을 짓는 공사가 진행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