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의 날 … 안양교도소 1박 2일 교도관 체험

과밀수용 위헌 판결했지만, 1인당 0.78평 공간 주어져

2019-10-28 10:59:05 게재

한국 과잉 범죄화가 한 몫 … 성인 4명 중 1명이 전과자

15명이 화장실 1개만 사용 … 부익부 빈익빈 심각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형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다." 지난 2016년 12월 헌법재판소는 구치소 내 과밀수용행위 위헌확인을 했다.

하지만 2019년 현재까지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한 교정시설 관계자는 "한 나라의 인권실태는 교도소를 보면 알 수 있다"며 열악한 교정시설을 비판했다.

28일 제 74주년 '교정의 날'에 교도소 과밀화 문제에 대해 짚어봤다.
노후화된 교도소 수용거실 | 총 10명에서 15명이 사용하는 7평짜리 수용거실 한쪽은 1평이 못되는 화장실과 싱크대, 책장 등을 제외하면 1인당 실 사용면적이 0.78평이 안된다. 사진 안양교도소 제공


◆독방 쓰려고 일부러 싸우기도 = 지난 23일, 24일 1박 2일 동안 안양교도소에서 교도관 체험을 했다. 안양교도소는 지은지 60년이 되가는 전국에서 가장 낡은 교도소다. 2019년 현재 총 1900명 정도가 수용돼 있다.

직접 둘러본 7동 상층은 7~8평 정도 되는 방이 14개가 있었는데, 총 140여명이 수용돼 있었다. 방 하나에 10명에서 15명 정도가 수용돼 있는 셈이다. 화장실, 옷장, 싱크대, TV 등의 면적을 빼면 1인당 실 사용 면적은 1평이 채 안 된다.

공간이 좁아 수용자들끼리 싸움이 잦다. 특히 10명이 넘는 인원이 1평 정도 되는 화장실을 쓰다 보니 여름에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는 것이 교도관의 설명이다. 일부 화장실은 외부 창문이 없어 수용실 내부에 악취를 풍기기도 한다.

35도 정도까지 수용실 온도가 올라가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것은 두 개의 선풍기 뿐이었다. 한 교도관은 "수용자들은 특히 여름에 자주 씻지 못해 괴로워한다"고 말했다. 5년 전부터 겨울에 난방을 시작했지만, 샤워는 찬물로 해야 한다. 위 교도관은 "따뜻한 물로 씻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다"며 "최소한의 수용자 인권이 보장되도록 시설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침 공간은 항상 부족하다. 14명이 수용된 한 거실에는 양 쪽으로 6명씩 12명이 발을 맞대고 누워있고, 발과 발 사이에는 두 명이 그 빈공간을 차지하고 잠을 청한다.

1인당 1평이 채 안되는 곳에서 수용자끼리 붙어서 잠을 잔다. 수용자들은 화장실에서 멀리 떨어진 구석을 선호한다. 교도관들은 "공간이 작아 잠자리를 정해주기도 하지만 보통 힘 없는 수용자들이 화장실 옆에서 잔다"고 귀뜸했다.

여러명이 쓰는 혼거실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징벌방으로 가기 위해 일부러 싸우는 경우도 있다. 징벌방은 1인실이어서 화장실을 혼자 쓸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징벌방도 이미 부족해 문제를 일으켜도 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교도관의 설명이다.

◆수용자들 사이도 빈부차 극심 = 안양교도소의 저녁식사 시간은 5시고, 아침 식사는 7시다. 14시간 정도 시간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한 교도관은 "14시간 동안 수용자들이 간식을 찾는데, 부익부 빈익빈이 심하다"며 "예전에 부정수표단속법으로 잡혀온 사장님들은 간식이 한 마차 들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용실에는 간식을 반입할 수 있는데, 1인당 최대 200만원의 영치금을 사용해 1회에 2만원 정도의 간식이나 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있다.

다른 한 교도관은 "간식을 구매할 여력이 안 되는 수용자들이 재력 있는 수용자 뒤치다꺼리를 하는 경우도 많다"며 "간식도 국가에서 모든 수용자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간식을 살 돈이 없는 수용자들을 '법자'(법무부 자식)로 부르기도 한다.

◆인력 부족도 심각 = 교도관 인력도 부족했다. 490명 교도관이 4교대로 일한다. 제대로 쉬는 것은 8일에 한번 꼴이고 4일에 한번 야근한다. 7동 상층의 경우 2명의 교도관이 140명의 수용자를 관리한다. 수용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의료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불만이 끊이질 않는다. 당직실에서 기자가 있었던 두 시간동안 수용자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한 마약사범 수용자는 처방된 약의 부작용을 호소하기도 했고, 다른 수용자는 다른 방으로 이감시켜 줄 것을 건의하기도 하는 등 수용자들은 불만이 많았다. 교도관은 "아무리 신경을 써도 늘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어 교도관 스트레스도 극심하다"고 밝혔다.

수용자 53명이 1900분 3끼 식사를 준비하는데 취사작업장을 관리하는 교도관은 단 3명뿐이다. 수용자들이 칼을 사용해 조리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100kg이 넘는 국통을 드는 과정에서 화상도 잦다. 21개 칼의 앞부분은 흉기사고를 막기 위해 절단돼 있었다. 조리가 끝난 후 칼을 시건 장치에 넣고 자물쇠로 잠근다.

한 교도관은 "취사작업장에는 늘 위험한 일이 생길 수 있어 긴장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밀수용이 심각해지면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교정시설에 수용된 후 출소한 A씨 등이 혼거실 등에 과밀 수용돼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지급을 구했다. 2017년 8월 부산고등법원은 국가가 2㎡가 되지 않는 1인당 공간을 사용해야 했던 과밀수용기간 동안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A씨에게는 2000만원, B씨에게는 30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한국 전과자 증가율, OECD 최상위권 = 교정시설만 늘리는 게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일중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과잉범죄화를 교정시설 과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했다. 그는 2017년 6월 '과잉범죄화 극복을 위한 개혁'이라는 내일신문 기고에서 "한국은 과태료, 과징금 또는 행정명령을 사용해도 무방할 규제위반들에 형벌을 과다하게 사용해 많은 전과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년간 살인 강도 강간 등 형법에 규정된 전통적 의미에서의 일반범죄가 아닌 규제범죄(행정범죄)는 총 범죄발생건수의 평균 55% 정도를 차지해 한국에서 그 비중이 막대하다. 규제범죄 비중이 커지게 된 근본원인은 규제위반을 '범죄화' 해버리는 입법을 끊임없이 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범죄화를 시킨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금전적 유인에서 비롯된 여러 규제위반에 대해 엄중한 금전벌의 실효성이 더 큰데도 불구하고 징역형을 너무 쉽게 오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태웅 하와이대학교 교수도 과잉범죄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지난 8월 "오늘날 한국 형사사법적 정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인권 보장의 관점에서 보면 검찰 수사와, 구속과 징역형이 지나치게 남발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형사범죄화 과잉은 필연적으로 개인적 자유 침해로 연결되고 궁극적으로 국가에 의한 인간의 본질적 존재 공간의 제한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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