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상 평균임금 산정시 근로기준법 우선 따라야"

2019-11-25 11:46:24 게재

대법 "소득자료 없다고 산재법 특례 바로 적용 안돼"

"소득자료 없어도 평균임금 따질 자료 있다면 활용"

진폐증 등으로 업무상 질병을 얻은 근로자의 보험·유족급여를 산정할 때, 어떤 법규를 적용하는 것이 유리한지 따져 볼 기회를 최대한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개인소득 추정 자료가 전혀 없더라도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 특례규정에 따라 최대한 이를 산정하고, 이를 산재법상 특례임금과 비교해 더 높은 쪽으로 근로자 평균임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김 모씨외 12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평균임금을 정정하고, 보험급여 차액을 지급해달라'고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 등은 탄광에서 일하다 퇴직 이후 진폐증을 앓았거나 진폐증으로 사망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금을 받고 있던 근로자와 그 유족으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2015년 소송을 냈다.

공단이 산재보험금을 지급할 때 개인별 생활임금을 최대한 반영하는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이 아니라 '진폐증 진단일 당시 매월 노동통계조사보고서'를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 보험액을 정하는 산재법상 특례임금을 적용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근로복지공단은 김씨 등의 개인소득을 추정할 자료가 없어 근로기준법의 방식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산재보험법의 특례규정을 바로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1·2심 법원은 "근로자의 개인소득 추정자료가 없어도 근로기준법 특례고시에 따른 금액을 반영해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을 산정하고 그 금액을 산재법상 특례임금과 비교해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소득 추정자료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 특례고시의 적용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것은 법령을 잘못 해석한 것이고, 실제 근로자의 추정 임금 수준을 산재법 특례임금과 비교할 기회주차 주지 않아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다.

1·2심은 "원고들에 따라서는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이 산재법상 특례임금보다 낮아 평균임금을 정정할 이유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공단이 이를 산정조차 하지 않으면 이 차이를 확인할 자료도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1·2심과 마찬가지로 일부 자료가 없더라도 다른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면 최대한 합리적으로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을 산정해 특례규정상의 평균임금과 비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료의 일부를 확인할 수 없더라도, 나머지 자료를 통해 생활임금에 가까운 합리적인 평균임금을 산정할 수 있는 이상, 곧바로 특례 규정을 적용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같은 지역의 유사 사업장에서 같은 직종에 종사한 근로자들의 임금, 본인 또는 가족 등이 보유하고 있는 기록 등 증빙서류, 노동부 장관의 노동통계 등이 평균임금 산정에 이용될 수 있다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물론 그렇게 따진 평균임금이 특례규정상의 평균임금보다 낮다면 이를 정정할 필요가 없지만, 비교할 기회 자체를 주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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