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열여덟, 일터로 나가다
언젠가 밥집 차리겠다던 은주가 죽었다
수능일이면 전국민이 똘똘 뭉쳐 열여덟 청춘을 응원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한파가 찾아올지 순하게 지나갈지 예측하고, 수능 당일 아침식사와 도시락은 어떻게 챙겨야 속 편하게 시험을 볼 수 있는지 알려준다. 경찰은 특별교통관리 대책을 내놓고 혹여 지각하는 학생이 있을까 순찰차와 오토바이를 대기시킨다. 시험장 주변의 소음대책이 강구되고 교통혼잡 방지를 위해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이 늦춰진다.
당연하게도, 대한민국에 이런 열여덟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진학률이 80%를 넘겼다고 하니 10명 중 2명은 대학에 가지 않는 것을 선택하거나 또는 선택당한다. 그 중 일부일 직업계 고등학생들은 고3의 나이에 실습생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발을 담근다. 이명박정부 시절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그늘은 생각보다 깊었다. 현장실습생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불편한 진실도 함께 세상에 나왔다.
적성을 찾아주겠다며 수많은 전공과목이 만들어졌지만 전공을 살린 취업은 많지 않았다. 전주 아중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등학생 홍은주(사망 당시 18세.가명) 양도 학교에선 애견학과를 졸업했지만 실습을 나간 곳은 콜센터였다. 친구들에게 요리해 주는 것을 낙으로 삼고 언젠가 밥집을 꼭 차리겠다던 아이였다. 프레시안 기자인 저자는 은주 양이 직업계 고등학교를 선택하고, 콜센터에서 일하기까지를 찬찬히 쫓아가며 무엇이 은주 양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추적한다. 은주 양은 해지를 요청하는 고객을 담당하는 ‘세이브 부서’에서 일했는데 얼마나 해지를 막느냐에 따라 성과가 갈리는 부서라 콜센터 내에서도 기피부서였다. 다른 지역의 콜센터 세이브 부서에서 일하다가 그만둔 한 상담사는 은주 양의 죽음을 알게 된 후 자기 일인 듯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은주 양의 죽음과 비슷한 죽음은 이어졌다. 서울 구의역에선 컵라면과 업무수첩을 들고 일터로 나가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 모군이 죽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선 김용균씨가 목숨을 잃었다. 그 동안 알았지만 몰랐던 열여덟 청춘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