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사단체, 내년 춘투 앞두고 방침 확정

2019-12-10 11:26:37 게재

노 "임금 2% 인상·비정규 처우개선"

사 "연공서열 임금체계 유연화 가속"

일본의 대표적 노사단체인 렌고(連合)와 게이단렌(經團聯)이 내년도 춘계노사교섭(춘투)을 앞두고 각자 앞세울 요구사항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노동단체가 임금인상 및 비정규직의 최저수준 향상 등을 내건 데 반해, 사용자단체는 임금체계의 유연성을 더 확대해 직무에 상응하는 보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단체는 아베 내각 등장이후 정부가 적극 개입해 임금인상을 주도하는 이른바 '관제 춘투'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정부, 올해 GDP 1.8% 증가 전망 | 일본 내각부는 9일 올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연 1.8%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은 도쿄의 한 빌딩 전망대에서 도쿄시내를 바라보는 방문객들. 사진 연합뉴스


렌고는 지난 3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하고, 2020년 춘투 방침을 채택했다. 렌고는 이날 회의에서 기본급을 일률적으로 2% 인상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 중소기업의 최저수준 임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목표 금액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렌고가 이날 확정한 최저수준의 임금은 '시급 1100엔으로 인상'이다. 다만 렌고는 이러한 최저수준 시급의 목표 달성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못박지 않았다.

일본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지난 7월 후생노동성이 고시한 전국 평균 901엔(9820원)이다. 다만 일본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의 수준이 다른데, 도쿄의 경우 1013엔(1만1040원), 오사카는 964엔(1만500원)에 달한다. 이번에 렌고가 중소기업의 최저수준 임금으로 제시한 1100엔은 일본 정부가 고시한 최저임금에 비해서 10~20% 정도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렌고는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시정하기 위해서 기업이 지급해야 할 최저수준의 임금으로 만30세(근속 12년)는 월 25만6000엔(279만원), 만 35세(근속 17년)의 경우 월 28만7000엔(312만8300원) 수준을 제시했다.

총연합단체인 렌고의 결정을 근거로 각 산별 및 업종별 노조도 춘투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금속노협은 내년 춘투와 관련, 기본급 월 3000엔(3만2700원) 인상을 통일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 금속노협 산하조직인 철강과 조선업종이 주로 가입한 기간노련도 '2020년 월 3000엔' '2021년 월 3000엔 이상'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개선안을 마련했다. 다만 기간노련의 요구안은 2018년에 요구했던 3500엔 인상에 비해서는 낮아졌다.

올해 들어 미중간 무역마찰이 심화되면서 주로 수출 관련 업종이 많이 소속된 기간노련이 임금인상 요구수준을 낮췄다는 분석이다. 기간노련은 또 연금지급 개시연령이 미뤄지는 점을 이유로 '정년 65세'의 조기 실현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 등이 가입한 자동차총련과 전기연합 등도 금속노협의 요구 수준에 맞춰 내년도 춘투 요구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유통과 외식, 섬유노조 등이 가입돼 있는 'UA젠센'은 지난달 2020년 춘투의 목표로 정규직 사원에 대해서 올해와 같은 2% 인상안, 비정규직 사원에 대해서는 4% 인상안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게이단렌 중심으로 한 사용자측은 임금인상의 폭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여기에 임금체계를 연공서열 급여에서 직무와 연동한 급여체계로 더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이 입수한 게이단렌의 '경영노동정책특별위원회'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세계경제의 둔화 등 영향으로 기업의 이익이 줄어드는 업종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에서는 "사회적인 기대를 계속 고려해, 임금인상의 흐름은 유지한다. 다만 미중간 갈등과 국내 인력부족에 따른 임금인상 요인을 고려해 총인건비를 파악하고 노동조합과 신중하게 협의한다"고 했다.

특히 나카니시 히로아키 게이단렌 회장이 2019년부터 강조한 '관제 춘투'의 극복이 더 거세질 전망이라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나카니시 회장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본질적 임금인상 논의를 하지 않은 채 (정권에서 임금인상 목표) 숫자가 나오는 것에는 위화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른바 '관제 춘투'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2017년 12월, '3% 이상의 임금인상'을 기업에 요구하는 등 정부가 개입해 기업의 임금인상을 압박하는 등 노사 자치주의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편 게이단렌은 연공형 임금체계로 대표되는 일본형 고용시스템의 재검토도 꾸준히 주장할 방침이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이단렌은 대졸 신입사원을 일괄 채용하는 일본식 고용구조가 디지털 분야의 우수한 인재 영입을 가로 막고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기업들도 일괄 채용의 비중을 줄이고, 연중 상시채용과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성과주의 임금제도의 확산을 모색하고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