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 DH(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손잡고 글로벌공략

2019-12-16 11:22:06 게재

DH, 지분 87% 4조원에 인수

'요기요+배달의민족' 합작도

일본계 거대자본 공세에 맞불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와 손잡고 아시아배달시장 공략에 나선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 지분을 인수하고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 2위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DH)는 'DH가 우아한형제들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고 14일 밝혔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는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다. DH 인수 지분(87%)은 힐하우스캐피탈,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 보유하고 있다.

김봉진 대표 등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나중에 DH 본사지분으로 전환될 예정이다.(표 참조)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DH 경영진 가운데 개인으로서 최대 주주이자, DH 본사에 구성된 3인 글로벌 자문위원회 멤버가 된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인수합병이 국내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한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의 90% 이상을 DH 홀로 거머쥐면서 독과점 문제가 '장애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업계에선 그러나 온라인 기반 오프라인(O2O) 서비스 신사업이라는 점에서 정책 유연성이 고려된다면 조건부 승인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는 또 싱가포르에 합작사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는 내용의 글로벌 진출파트너십도 맺었다.

김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우아DH아시아 회장을 맡아 딜러버리히어로가 진출한 아시아 11개국 사업 전반을 맡기로 했다.

한편 이번 합작회사 설립은 변화하는 시장환경이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달의 민족은 토종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배달앱 1위에 올랐지만, 최근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국내 대형 IT플랫폼들의 잇단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면서 "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IT업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물론 아시아 배달앱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도 양측이 손을 잡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시장 확장 여지가 많은 상황에서 대형 IT플랫폼들에게 잠식당하기 보다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내 시장 보호와 해외 진출을 동시에 꾀하는 차원에서 이번 거래가 성사됐다는 얘기다. 당장, 우아DH아시아는 아시아 시장에서 그랩, 우버이츠, 고젝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과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랩과 우버이츠도 일본계 거대 자본이 투자한 업체들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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