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고속’ 경제성장률 ‘저속’

2019-12-16 12:24:10 게재

2010년 이후 9년간, 경제성장 앞질러 ··· 가계부채 비율 상승속도 세계 3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이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9%로 지난해 같은 기간(90.3%)에 비해 2.6%p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홍콩(4.3p)과 중국(3.9%p)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증가율에 해당한다.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규모는 43개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여덟번 째로 높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또 2010년 3분기 이후 9년간 GDP 성장률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BIS에 따르면 2010년 2분기 한국의 가계부채는 전년도보다 9.1% 늘어나 증가폭이 명목 GDP 성장률(10.6%)을 밑돌았다. 하지만 2010년 3분기 가계부채가 9.7%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 명목 성장률(8.3%)을 앞지른 이후 2019년 2분기까지 36분기 연속 가계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GDP 성장률 속도를 웃돌았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면서 가계부채 증가율은 떨어지고는 있다. 다만 같은 기간 GDP 증가율도 떨어지고 있어 성장률보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웃도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때까지 9~10%대의 증가율을 보였던 가계부채는 문재인정부 들어 2017년 4분기에 7.9%로 낮아진 뒤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5.2%, 2분기에는 4.7%까지 증가율이 하락했다.

문재인정부에서 명목 GDP 성장률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2017년 4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 명목 성장률이 4.7%에 달했지만, 2018년 1분기에는 3.7%로 떨어지더니 올해 1분기(1.2%)와 2분기(1.3%)에는 1%대 초반까지 뚝 떨어졌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경제성장률보다 빠른 것에 대해서는 한은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가계부채 포함)민간신용이 꾸준히 늘어난 점 외에도 GDP 성장세가 둔화한 점도 GDP 대비 민간신용의 비율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도 GDP 성장속도가 더 빠르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통계를 작성하는 데서 BIS는 한 나라의 가계부채 총량을 발표할 때 주택담보대출과 가계 일반대출 및 자영업 대출까지 포함하지만, 한국은행은 자영업대출을 빼고 집계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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