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부터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

2020-01-07 11:36:28 게재

인천, 자체매립지 공론화위원회 발족

박남춘 시장 신년사에서도 의지 밝혀

인천시가 새해 시작부터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자체매립지 조성 문제다. 가뜩이나 수도권매립지 반입총량제가 시행돼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서울시·경기도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는 6일 '폐기물 관리정책 전환과 자체매립지 조성 공론화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구체적인 공론화 추진일정을 공개했다.

위원회는 시민·환경단체와 법률가 등 4개 분야 9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이달 중 시민 3000명을 대상으로 쓰레기 자체매립지 조성과 관련한 시민 인식조사를 시행하고, 다음달에는 인천 전체 시민의 0.01%인 303명 으로 시민참여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시민참여단에는 청소년참여단 50명도 포함된다. 3월에는 시민참여단 교육과 토론회를 열어 숙의 과정을 진행한 후 4월 말까지 결과 분석 보고서와 정책권고안을 시에 제출할 방침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공론화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시민 중심의 투명하고 공정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최선의 폐기물 관리정책과 자체매립지 조성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인천시가 이처럼 새해 시작부터 자체매립지 조성 문제를 꺼내든 것은 수도권매립지 문제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다. 2025년 종료를 앞둔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매립지 조성에 진전이 없자 인천 쓰레기만 따로 처리할 수 있는 자체매립지 조성에 나섬으로써 서울시·경기도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박 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인천이) 자원순환 일류도시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위해) 새해에는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대안 마련에 매진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도 거들고 나섰다. 이 의장은 "환경부 주도로 서울시·경기도·인천시가 공동의 대체매립지 조성을 추진해야 한다"며 "인천시도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친환경 자체매립지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자체매립지 조성에 속도를 내는 것은 올해부터 시행하는 수도권매립지 반입총량제가 자칫 사용기간 연장으로 해석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도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지난해 8월 대체매립지 선정이 난항을 겪고 반입 폐기물 증가로 매립지 포화상태가 빨라질 것에 대비해 반입총량제 도입을 의결했다. 반입총량제는 쓰레기 반입량을 2018년 대비 10% 줄이는 정책인데, 올해 정해진 반입총량을 지키지 못하면 내년부터 초과분에 대한 반입 수수료가 배로 늘어난다. 특히 5일간 반입정지라는 강력한 페널티를 받아 쓰레기 대란을 겪게 된다. 반입 쓰레기가 줄어들면 2025년 예정된 반입종료 시기를 조금 더 연장하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인천시의 이 같은 행보는 서울시·경기도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실제 서울·경기는 올해부터 시작된 수도권매립지 반입총량제 때문에 새해 시작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체매립지에 앞서 소각장 건설부터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대체매립지 조성 문제는 꺼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소각장이 쓰레기 양 감축에 큰 도움이 되지만 기초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건설하기가 쉽지 않다"며 "인접 여러 지자체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기도가 광역소각장부터 서둘러 조성에 나서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1600㎡ 규모의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2월 폐기물 반입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수도권 쓰레기 처리를 책임지고 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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