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위원장-사무총장 선거

"문재인정부와 정책협약 재검토"

2020-01-22 11:17:29 게재

김동명-이동호 당선자 "사회적 대화 활성화"

민주노총에 '제1 노총' 지위를 내준 가운데 한국노총 향후 3년을 이끌어갈 위원장-사무총장 선거에서 김동명(52) 화학노련 위원장과 이동호(55) 전국우정노조 위원장이 당선됐다.
2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제27대 위원장 및 사무총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동명 위원장(오른쪽)과 이동호 사무총장이 손을 번쩍 들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제27대 임원선거에서 기호2번 김동명-이동호 후보조는 총선거인단 3335명 중 3128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1580표(50.5%)를 받아, 1528표를 얻은 김만재-허권 후보조를 52표 차로 꺾고 당선됐다.

김-이 당선자는 당장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겠지만 긴장관계를 유지할 것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 당선자는 일성으로 새로운 대정부 관계 정립을 꺼냈다. 김 당선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책협약 이행의지를 묻는 방식으로 정부와의 정책협약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당선자는 "존중의 대상이나 시혜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의 노동, 여당과 정책협약의 파트너로서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찾고 키울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정부에 (정책협약) 약속이행 여부, 의지, 수용 가능성, 이행일정 등을 강력하고 단호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투쟁현장에 김동명과 이동호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직무급 도입 시도와 노동배제적인 광주형 일자리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김-이 당선자는 첫 행보로 낙하산 인사 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금융노조 IBK기업은행지부를 찾은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까지 윤종원 행장 지키기에 나선 상황에서 김-이 당선자가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다.

그러면서도 김 당선자는 한국노총이 '정책 파트너로서 사회적 대화 확대에 무게를 뒀다.

김 당선자는 "정부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을 들러리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정부 부처와의 노·정 협의체, 지역 노·사·민·정의 현실화, 업종 차원의 노사정 대화 등 사회적 대화의 활성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탄력근로제 개편안이나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논란 때마다 논란을 불렀던 '정답'을 정해놓고 협상하는 방식에 더 이상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번 임원선거에서 최대 이슈였던 제1노총 지위 회복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서 한국노총은 조합원 93만3000명으로 처음으로 민주노총(96만8000명)에 뒤처졌다.

김 위원장은 "위기의 본질은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라며 "플랫폼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 권리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이 한국노총을 찾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이 당선자는 이를 위해 선거기간 중 "제1노총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를 슬로건으로 △제1노총 지위 회복, 비상체제 운영 △50인 활동가 채용 전국 파견 △전국단위 일반노조 설립 등을 제시했다.

한편 김 위원장 당선자는 화학노련 3선 위원장 출신으로 개혁성향의 제조업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 사무총장 당선자는 보수성향의 한국운수물류노조총연합회(CKTLU·옛 KTF) 부의장이다. 김-이 당선자는 한국노총 개혁세력과 보수세력이 함께 한조를 이뤄 이번 선거를 치렀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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