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정보 무단 활용 '여기어때' 유죄
2020-02-12 11:39:47 게재
크롤링방식으로 경쟁사 영업비밀 수집해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 경쟁사의 고객정보나 가격정보 등을 크롤링(여러 컴퓨터에 분산된 문서를 검색 대상에 포함시키는 기술) 방식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허가 받지 않은 경우 무단 침입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다. 관련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 신민석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여기어때' 운영사 위드이노베이션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범행이 벌어질 당시 대표를 지낸 심 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가담한 전현직 여기어때 직원들에게는 정도에 따라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2016년 심 전 대표 등은 여기어때를 운영하면서 경쟁사인 '야놀자' 전산서버에 접속해 1500만 차례 이상 제휴 숙박업소 목록과 할인금액, 숙박단가, 고객 입퇴실 등의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3월 불구속기소됐다.
심 전 대표 등은 크롤링 방식으로 경쟁사 정보에 접근했다.
심 전 대표 등은 공개된 정보를 일반적 방식으로 수집했다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자신들의 활동이 야놀자 측에 장애를 줄 정도도 아니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신 판사는 "피고인들은 피해 회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당기간 피해 회사 서버에 침입해 각종 숙박 정보 등을 부당하게 복제하고 장애를 발생하게 했다"며 "피해 회사의 경쟁력 저하, 기밀 유출 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접근 권한 업체 피해자 서버에 접속해 정보통신망을 침해했고 복제했다"며 "오늘날 크롤링 프로그램이 널리 이용되지만, 타인의 정보통신에 대한 무단 침입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여기어때 측은 야놀자 사용자들이 정상적으로 앱을 이용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도 받았지만 무죄 판단을 받았다. 야놀자 서버가 중단된 날은 평일보다 접속자가 많은 날이었고, 여기어때 측이 불법 침입한 때가 아닌 때에도 서버 장애가 발생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어때 측의 크롤링이 야놀자의 서버장애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판결 직후 여기어때는 물론 야놀자 측도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여기어때 측은 비록 창업자이자 전직 대표 지시에 의해 경쟁자 영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 법원이 유죄 판단을 한점, 피해자인 야놀자 역시 서버 보안에 허점이 있었다는 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편 심 전 대표는 웹하드 관련 음란물 유통을 방조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았지만 지난해 8월 검찰은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당시 심 전 대표는 회사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며 위드이노베이션 대표에서 물러난 바 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오승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