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 통상임금 재산정해 퇴직연금으로

2020-03-04 11:01:52 게재

한국유리 90명, 5억원 승소

임금 소송에서 승소한 근로자의 퇴직금 증가분을 퇴직연금계좌에 납부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개 통상임금과 관련된 퇴직금 소송은 퇴직한 직원들에게 차액을 지급하라는 게 일반적이다. 퇴직연금 가입이 일반화 되는 추세에서 재직자의 통상임금이 증가할 경우 미지급 액수를 퇴직연금계좌에 납입하도록 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8부(최형표 부장판사)는 최근 강 모씨 등 한국유리공업 기능직 근로자 90명이 회사를 상대로 한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90명의 근로자에게는 근속연수와 근무형태에 따라 1인당 18만~1090만원까지 모두 5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또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이 모씨 등 13명에게는 33만~123만원 등 1000만원을 회사가 퇴직연금 계좌에 납부하라고 판결했다.

강씨 등은 2018년 통상임금에 해당되는 수당을 다시 산정해 미지급된 임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늘어난 수당을 토대로 퇴직금은 재정산하고,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는 추가 퇴직금을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복지후생비(건강보험료)와 근속수당, 자격면허수당, 기술숙련도수당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되 정기상여금과 중식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정시점 전 퇴직하면 전혀 지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고정성이 결여됐다"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았다. 또 중식대의 경우 단체협상을 통해 기본급으로 볼 수 있다며 마찬가지 결론을 내렸다.

생산성향상수당은 회사가 매월 최소 1만4000원씩 책정하고 평가점수가 60점을 넘을 경우 1점당 400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재판부는 "실적평가를 토대로 지급액이 정해지기는 하지만 낮은 평가를 받더라도 매달 1만4000원은 지급받게 되므로 최소한도 보장되는 금액으로 고정적 임금인 통상임금"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늘어난 수당을 토대로 다시 연장·휴일근로수당, 야근근로수당, 연차수당, 주휴수당 등을 고려해 미지급 급여를 산정했다. 강씨 등은 미지급수당이 25억9500만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4억9000만원만 인정했다.

특이한 점은 퇴직연금 부담금이다. 회사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확정급여형(DB)방식과 확정기여형(DC) 방식의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해 운영해 왔다. 이에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이씨 등은 수당이 늘어난 만큼 퇴직금을 재산정한 뒤 미지급분을 자신들의 계좌에 회사가 납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라 이씨 등이 추가로 받아야 할 법정수당은 퇴직금 산정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며 "회사는 이씨 등의 연도별 미지급 법정수당 합계 및 성과급의 1/12에 해당하는 금액을 DC형 퇴직연금 계좌에 납입할 의무가 있다"고 주문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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