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구독경제 어디까지 왔나

코로나19 확산 … 구독경제 불 붙었다

2020-03-27 12:04:30 게재

비대면 경제활동 대안으로 떠올라

전세계 구독경제 594조원 달할 듯

물 커피 술 생활용품 등 분야 확대

'구독경제' 열풍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외출을 꺼리고 비대면 경제활동이 많아지면서 구독경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독경제는 편리함은 물론 생활용품 사재기까지 방지할 수 있어 인기다.

롯데하이마트는 구독경제형 서비스인 '뉴정기케어서비스'로 제품을 관리해 준다. 사진 롯데하이마트 제공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구독경제는 일정한 금액을 내고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와 상품을 정기적으로 사용하거나 배송받는 모델을 말한다.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고, 편의성과 효용성을 따지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새로운 소비층을 등장하며 나타난 서비스다. 현재 구독경제는 먹고 입고 읽고 보고 듣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전 세계 구독경제시장은 2000년 250조원 가량에서 2016년 470조원까지 커졌다. 올해는 59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구독경제를 확산시킨 기업은 코웨이다. 코웨이는 1998년 정수기 렌탈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매월 렌탈료를 내면 초기 비용 부담없이 고가 정수기를 이용할 수 있다. 또 서비스 전문가인 '코디'(Coway Lady)에게 필터 교체 등 체계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코웨이는 이후 공기청정기 비데 연수기 매트리스 의류청정기 전기레인지 등으로 렌탈 제품군을 늘렸다. 특히 침구류 렌탈 고객에게는 4개월에 한 번씩 매트리스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트리스에는 진드기 세균 등 각종 오염물질이 많아 정기적인 위생관리가 필요한 제품임을 착안했다.

구독경제 서비스를 선보인 에어퀸 생리대.

최근에는 구독커피도 뜨고 있다. 커피원두 전문 취급 브랜드 '커피리브레'는 매주 직접 선정한 신선한 원두를 배달하는 배송 프로그램 '장복'을 운영 중이다. 주간 단위 서비스이기 때문에 커피가 떨어질 무렵 신선한 원두를 제공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싱글오리진 원두를 배송하는 '커피홀릭'과 에스프레소 블렌드를 배송하는 '홈 바리스타'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빵이나 생리대 차 막걸리 칫솔 등도 구독형태 서비스가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업계 최초로 베이커리 월정액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세계 영등포점 식품관에 위치한 '메나쥬리 매장'에서 한 달에 5만원을 선 결제하면 매일 빵을 하나씩 받을 수 있다. 정기구독을 한 뒤 매일 빵을 받을 경우 정가의 3분에 1 수준에 구매하는 셈이다.

와인 전문업체 '퍼플독'은 취향에 맞는 와인을 매달 마실 수 있도록 정기 배송하고 있다. 소비자 취향에 맞는 와인을 인공지능(AI)이 추천한다. 와인 초보자도 취향과 생활양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받을 수 있다.

전통주업체 '술담화'도 구독경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매달 전통주 3가지를 선정해 안주 설명서까지 담은 술박스를 집 앞에 배달한다. 술담화는 2000여종에 이르는 전통주를 보유하고 있다.

배상면주가도 최근 온라인쇼핑몰을 열면서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10% 할인가를 적용한다. 맛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제품을 교환해주는 품질 보증 서비스도 제공한다.

오리온은 지난해 출시한 '제주용암수'를 구독경제형 서비스로 국내 시판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제주용암수 어플을 다운받고 제품을 신청하면 정기배송을 받을 수 있다. 오리온은 제주도와 용암수 판매를 두고 갈등을 벌여왔다. 제주도는 삼다수 시장 보호를 위해 국내에 용암수 판매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구독경제 형태로만 용암수를 국내 시판하는 것으로 제주도와 합의를 끌어냈다.

꽃도 정기구독할 수 있다. 꽃배달 전문업체 '꾸까'는 한달에 두번 꽃을 받아볼 수 있는 정기구독서비스를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차 브랜드 오설록은 월 2만9000원을 내면 매달 가장 마시기 좋은 차들을 제공한다.

한국야쿠르트 잇츠온은 샐러드를 정기배송해 준다. 사진 한국야쿠르트 제공

수입과자 정기구독 서비스 스타트업인 '스낵트립'은 세계 각국의 수입과자를 정기배송해 준다. 1월에는 일본 스낵, 2월에는 인도네시아 스낵, 3월은 독일 스낵 등을 맛보는 식이다. 기본 박스는 1만4500원으로 6개가량의 스낵이 들어간다. 가격도 시중가 대비 20∼30%가량 저렴하다.

새로운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는 업체도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전용 온라인몰인 '그리팅몰'을 열었다. 그리팅몰은 소비자들이 건강식단을 정기구독할 수 있는 '케어식단'과 반찬 건강주스 소스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건강마켓' 등 두 가지 코너로 구성됐다. 이 중 '케어식단'이 정기구독 서비스 형태로 운영된다. 고객이 저당식단, 라이트식단, 웰니스식단 등 세 가지 중 원하는 식단을 선택하면 택배를 통해 고객 집으로 정기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고객이 식단을 선택하면 메뉴와 배송일, 배송 방법(일반택배 새벽배송)을 직접 지정할 수 있다.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더반찬' 정기배송 서비스는 매일 각기 다르게 구성된 식단 목록을 보고 원하는 상품을 선택해 주문하는 서비스다. 주문은 한 번에 최대 4주 분량까지 가능하며 배송 당일 새벽에 받아볼 수 있다. 1~2인 소규모 가족을 위한 싱글세트, 3인 이상 패밀리세트로 구성돼 구성원 수에 따라 주문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구독경제가 완전 새로운 유통경로는 아니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정기배송 받는 구독경제형 상품들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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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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