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국면 사용자 급증, 제로페이의 '반전'
결제액·가맹점, 한달새 8배 증가
지역사랑상품권 연계, 구매 폭주
긴급생활비·정부지원금도 지역상품권
제로페이가 코로나19 국면에서 반전 기회를 맞고 있다. 지역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출발한 서울사랑상품권 등 지역상품권 판매가 급증하면서 이와 연동된 결제액, 가맹점 신청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이 몰고온 결제 방식 변화, 긴급생활비의 지역상품권 지급 등 호재도 잇따르면서 제도 정착의 주요 계기를 맞을 지 주목된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서울사랑상품권 500억원어치가 4월 1일 모두 소진됐다. 당초 서울시가 예상한 완판 시점은 7월이었지만 열흘만에 판매가 종료된 것.
서울사랑상품권 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제로페이 결제액과 가맹점 신청도 급증했다. 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은 제로페이와 연계된다. 서울의 경우 모바일에서 제로페이로 상품권을 구입하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다.
제로페이 결제액은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4억~5억원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서울사랑상품권 할인 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23일, 10억원대로 급증했고 이달 1일에는 하루 결제액이 30억원을 넘겼다.
제로페이 활성화 최대 약점이던 가맹점도 급증했다. 서울시를 기준으로 지난달 23일 이전 한주에 약 1000개씩 늘어나던 것에서 일주일 후인 3월 네째주에는 약 9배(8727개)로 증가세가 불어났다.
서울시 성과에 힘입어 전국 실적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1월 한달동안 8468개였던 전국 제로페이 가맹점 수 증가폭은 3월 들어 10배 이상인 8만4901개로 급등했다. 가맹점 수 증가는 결제액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2월 약 171억원(약 48만1000건)에 머물던 전국 결제액은 3월 들어 284억원(약 76만6000건)으로 늘어났다.
제로페이 활성화 첫째 원인은 서울사랑상품권의 판매 흥행이다. 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상공인들 매출 증대를 위해 서울사랑상품권 구입 시 10% 할인, 5% 캐시백 등 15%의 추가 혜택을 부여했다. 상품권을 구입해 지역 가게를 이용토록 장려한 것이다.
맘카페 등 소비자 커뮤니티에서 서울사랑상품권 효용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관심이 폭발했다. 자치구별 목표액이 조기 완판되고 호응이 커지면서 서울시는 추가 800억원의 상품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서울사랑상품권과 연동한 제로페이가 활성화된 또하나 계기는 결제방식이다. 제로페이는 카드, 현금을 주고받지 않아도 되는 비접촉 결제 방식이기 때문에 감염병 전파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인식이 확대됐다.
제로페이가 제도 안착의 결정적 호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는 재난 긴급생활비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도 제로페이와 연계한 서울사랑상품권과 직불카드 중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면 10%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서울사랑상품권을 시민들이 더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소상공인들의 제로페이 가맹점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평소 2~5일이면 끝나던 가입 절차가 신청자가 몰리며 열흘 이상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짝 흥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가 추산하는 전체 가맹 대상은 약 50만개이며 현재 18만3000곳이 가맹을 끝냈다. 재난긴급생활비, 정부 지원금 지급 등을 거치면서 가맹점 수와 결제액이 급증하면 대다수 가맹점에서 제로페이를 쓸 수 있게 되고 소비자들은 제로페이 사용 경험이 쌓여 새 결제방식에 익숙해지게 된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 관계자는 "가맹점이 일정 비율 이상 확보되면 사용이 급속히 늘고 대기업과 페이 업계 사업자들의 관련 마케팅도 동반 활성화되기 때문에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