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0만명 찾는 응급의료 부실

중증응급환자 제때도착 52%뿐

2020-04-21 11:17:03 게재

급성심정지 지역격차 10년간 2배 증가 … "의료자원 적정 확보·배치 시급"

매년 1000만명이 넘는 환자들이 이용하는 응급의료체계가 부실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1일 발행한 '이슈와 논점(1701호)'에 실린 서은철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의 '중증응급진료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 응급실을 이용한 환자 수가 2018년 기준 1061만 명에 이르는 등 2009년 이후 매년 1000만 명을 넘어 섰다. 하지만 응급환자의 병원 이송 지연 및 늦은 치료와 부적절한 다른 병원 이동 등 여러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울릉도 응급환자 이송│12일 오후 동해해상에 풍랑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동해해양경철서 대원들이 울릉도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를 긴급 이송하고 있다. 동해=연합뉴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8년 중증응급환자의 적정시간 내 최종치료기관 도착률(52.3%),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 제공률(65.9%), 응급의료서비스 신뢰도(50.4%)에서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응급환자는 골든타임 이내에 최종응급치료를 받아야 생존할 가능성이 높은데, 2018년 중증외상환자가 발병 후 3시간 이내 도착 한 비율은 35.01%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증응급환자 사망률 현황을 보면 주요 중증응급환자 사망률은 급성심근경색 9.6%, 뇌졸중(허혈성) 3.2%, 뇌졸중(출혈성) 16.9%,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 19.9%로 나타나고 있다.

중증 응급환자 사망률은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낮은 최종 치료 제공률(65.9%), 권역외상센터의 낮은 중증외상환자 1차 이송 비율(9.1%) 등을 감안하면 아직도 개선될 여지가 많다.

서 조사관은 이런 통계수치는 "응급의료자원의 공급 부족과 지역 간 불균형 탓"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36개, 지역응급의료센터 118개, 지역응급의료기관 248개, 전문응급의료센터 27개로 총 429개의 응급의료기관이 있다. 하지만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고 군 이하 지역에 소재한 응급의료기관은 매우 적어 지역 간 불균형이 존재한다.

특히 심뇌혈관·정신·소아 등 전문응급질환에 대한 진료인프라 구축의 지역 간 편차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응급질환 진료인프라 사례를 보면, 심·뇌혈관질환의 경우 급성심정지 생존율의 지역 간 격차가 10년간 약 2배 증가했다. 2006년 4.2%p 에서 2017년 8.6%p로 나타났다. 정신응급의 경우 응급의료기관 중 24시간 정신과 대응(폐쇄 병원 입원 등) 가능한 기관은 86개소(21.3%)에 불과하다. 소아응급의 경우 소아전용응급실 3개소,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5개소 등 지역 소아응급 진료체계 구축에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 주도의 응급의료체계도 문제로 지적됐다. 응급의료기관 평가와 응급의료기금의 예산편성·집행 등 주요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예산, 인력, 조직 등 정책기반 이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서 조사관은 "응급의료는 시간 민감성을 감안하고, 지역사회 특성과 의료자원 현황을 반영하여 상담-이송-치료 등을 참여기관 간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하지만 응급의료전담 팀이 4개 시·도(서울·경기·인천·경남)에만 조직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인프라 격차가 크고, 지방정부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참여하는 정책거버넌스와 통합 된 데이터에 기초한 의료정책기반이 구축되지 못한 실정이다.

응급의료기관의 모호한 종별 수행 역할도 응급의료 부실에 한 몫하고 있다고 제기됐다. 경증응급환자는 하위 수준의 응급의료기관이, 중증응급환자는 상위의 응급의료기관에서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상위의 응급의료기관(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의 내원환자 중 중증환자는 2018년 13.7%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서 조사관은 먼저 응급의료자원의 적정 수급과 지역 간 균형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지방정부는 △지역 완결형 응급환자 대응지침 마련·운영 등을 통해 지역 여건에 맞는 지역 단위에서 완결성 있는 응급체계 구축 △응급의료기관 중 권역·지역응급센터는 중증응급환자 최종 치료에 집중 △지역 맞춤형 이송지침과 이송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119구급대가 응급환자를 적정병원에 이송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응급의료기관 등에 대 한 이송 적정성 실태조사의 실시 및 평가 등의 개정 법률안들이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단계에 머물러 있다.

서 조사관은 "임기만료를 앞 둔 제20대 국회는 이 법률안들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나아가 효율적인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과 함께 응급의료에 대한 교육· 홍보, 전문응급인력 양성 등을 병행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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