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폭력 피해자인데 왜 중상해 가해자가 됐나"
2020-05-06 10:38:54 게재
"검사가 강압수사, 가해자와 결혼 종용도"
정당방위 주장 묵살 … 70대 여성, 6일 재심청구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를 촉구하는 여성·시민 사회 일동(총384개 단체)은 6일 오후 1시에 부산지방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한다.
'56년 만의 미투, 재심으로 정의를!'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6일 오전 8시 기준 5000명이 넘는 동의를 받고 있다.
한국여성의 전화에 따르면, 1964년 5월 6일 피해자 A씨는 자신을 강간하려는 가해자에 저항하다 가해자의 혀에 상해를 입히게 됐다.
이후 가해자는 결혼을 요구했고, 결혼하지 않으면 돈을 달라고 했다. 가해자는 A씨 집에 침입해 흉기로 위협하며 협박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A씨가 가해자에게 상해를 입혔기 때문에 '피의자'로 보고 A씨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간 첫날 아무런 고지 없이 A씨를 구속 수사했다. A씨는 억울하게 구치소에 수감된 채 6개월여간 수사 및 재판을 받았다.
A씨를 수사하던 검사는 모욕적인 말과 위협적인 행동으로 가해자와 결혼할 것을 종용했다. A씨는 끝까지 정당방위임을 주장했지만 묵살당했고,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검찰이 고의로 가해자의 혀를 절단했다고 몰아가며 강압적인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지현 검사는 5일 에스엔에스에서 "남자는 강간 미수나 강제추행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은 채, 자신의 혀를 깨물어 1.5cm정도 자른 여자를 중상해죄로 고소했다"고 지적했다.
서 검사에 따르면, 경찰은 정당방위로 판단했지만 검찰은 과잉방위라며 중상해죄로 여자를 '구속기소'했다. "법원은 '강제키스로부터 처녀의 순결성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라도 젊은 청년을 일생 불구로 만들었고, 사춘기의 처녀가 범행 장소까지 자유로운 의사로 따라간 것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의 소치이며 이는 남자로 하여금 그녀가 마음이 있는 것이라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키스하려는 충동을 일으키게 한데 대한 도의적 책임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여자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했다"는 것이 서 검사 설명이다. 그는 "그 어떤 것도 A씨의 젊음도 사랑도 인생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지금이라도 그녀에게 무죄가 선고된다면 그녀의 힘겨웠던 삶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 측은 "A씨는 미투 운동을 보며 지난 50여년간 많은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는 현실에 분노했다"며 "최근까지도 사법기관은 가해자의 폭력에 대한 피해자의 방어행위를 정당방위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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