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소득 양극화' 더 키웠다

2020-05-25 11:45:53 게재

1분기 가계소득 분석하니 소득하위 10%만 근로소득 감소 … 취약계층에 고용충격 집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저소득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문재인정부 출범 3년 만에 모처럼 완화추세로 돌아선 양극화가 다시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온 충격이 고용취약계층이 몰린 저소득층에 집중타격을 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통계청의 2020년 1분기 가계동향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가계수지를 소득 10분위별로 분석한 결과, 소득 하위 10%에 해당하는 1분위 소득은 95만9019원으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3.6% 감소했다.

4분위 소득도 감소했으나 감소율이 0.2%에 그쳐 작년 같은 분기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나머지 분위는 모두 소득이 증가했다. 증가율은 2분위 1.7%, 3분위 1.6%, 5분위 1.3%, 6분위 1.6%, 7분위 2.1%, 8분위 4.9%, 9분위 5.4%, 10분위 7.0%로 소득이 많을수록 높았다.


◆전체가구 소득은 늘었지만 = 전체 가구 평균 소득 증가율이 3.7%를 나타낸 가운데 하위 10% 가구는 거꾸로 소득 감소를 보인 것이다.

5분위별 분석에서는 1분위(하위 20%) 소득 증가율이 0.0%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하지만 10분위별로 나눠 세밀하게 들여다보니 저소득층의 타격이 더 뚜렷해진 것이다.

10분위 중 1분위 소득은 지난 2018년 1분기부터 2019년 2분기까지 6분기째 줄어들다가 2019년 3분기와 4분기에 반등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뒤 2년 넘게 최저임금 대폭상승 등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편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으면서 올해 1분기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1분기 1분위 소득을 구체적으로 보면 근로소득이 16만5966원으로 거의 3분의1 수준인 29.2%가 감소했다.

인적이 끊기자 외식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일용직·임시직 등 저소득층 일자리를 상당수 줄이거나 급여를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지원 크게 늘렸지만 = 반면 국가 보조금 등 공적이전소득은 50만176원으로 11.1% 증가했다. 공적이전소득은 근로소득의 3배를 웃돌았다. 하지만 이런 정부 지원도 저소득층 가계의 마이너스(-) 행진을 막지는 못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저소득층의 타격은 1인 이상 가구별 가계수지 분석에서도 드러난다.

2인 이상 가구보다 저소득층 비중이 큰 1인 가구 소득은 233만329원으로 4.8% 감소했다.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은 2.0% 늘었고 2인 가구는 1.7%, 3인 가구는 9.6%, 4인 가구는 2.6% 각각 증가한 가운데 1인 가구 소득만 줄어들었다. 5인 이상 가구 소득은 변동이 없었다.

다만 가구주 연령별 가계수지 분석에서 고령층인 60세 이상 가구 소득은 372만5818원으로 11% 늘어난 모습이었다. 39세 이하 가구(3.3%), 40∼49세 가구(2.0%), 50∼59세 가구(3.0%)보다 소득 증가율이 높았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분배지표도 악화 = 이런 양극화 현상은 분배지표 분석에서도 거듭 확인됐다. 빈곤층과 부유층, 빈곤층과 중산층의 격차를 보여주는 지수 등 분배 관련 지표가 1분기에 일제히 나빠졌다.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기초로 월평균 소득 상위 10% 가구의 경곗값을 하위 10% 가구 경곗값으로 나눈 P90/P10 배율은 6.17배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6.00배)나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5.10배)보다 높아졌다.

소득 경곗값이란 계층을 가르는 일종의 기준선을 뜻한다. 1분기 상위 10%의 기준(P90)은 월 975만3000원이다.

가구의 한 달 소득이 이를 넘으면 상위 10% 안에 들어가게 된다. 하위 10% 기준선(P10)은 158만2000원으로, 이보다 덜 벌었으면 하위 10% 계층에 속한다.

P90/P10 배율이 6배를 넘어섰다는 것은 그만큼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 사이격차가 벌어졌다는 의미다. 고소득층 소득이 저소득층보다 6배 이상 많아졌다는 뜻이다.

◆2분기에는 더 악화될 가능성 = 이 지표는 지난해 1분기(6.00배) 이후 2분기(5.21배), 3분기(5.37배), 4분기(5.10배)까지 대체로 개선세를 보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에 올해 들어 다시 나빠졌다.

특히 하위 10% 가구의 소득은 한 해 전보다 3.6% 줄었다. 반면 상위 10%는 7.0% 늘어났다.

중산층이 얼마나 두꺼운지를 보여주는 '팔마비율'도 나빠졌다. 가계동향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올해 1분기 팔마비율은 1.46배로 지난해 1분기(1.37배)보다 올라갔다.

가계 소득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을 하위 40%의 소득점유율로 나눈 것이 팔마비율이다. 숫자가 올라갈수록 양극화가 커졌다는 뜻이다. 통상 팔마비율이 올라가면 중산층의 소득점유율은 줄어드는 모습이 관찰된다.

팔마비율 역시 지난해 1∼4분기 내내 개선하다 올해 들어 다시 나빠졌다.

더 큰 문제는 2분기에는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극심한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임시직, 일용직부터 직장을 잃기 시작해 빈곤층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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