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에 고지의무 수령권 줘야"

2020-05-28 11:28:41 게재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고지의무 관련 민원 증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계약자는 청약서 상 중요한 질문사항에 대해 보험설계사에게 구두로 알려도 '고지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험설계사에게만 구두로 알린 상태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회사는 보통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계약을 해지한다. 이는 보험설계사에게 법적으로 고지의무 수령권이 없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관련 민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지 의무'란 보험계약자(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시 인수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을 보험회사에 반드시 사실대로 알려야 하는 의무를 말하는데 고지하지 않거나 또는 부실 고지할 경우 '계약해지'나 '보험금 지급 거절'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27일 국회입법조사처 NARS 현안분석 '보험설계사의 고지의무 수령과 관련한 문제점 및 개선과제' 보고서는 생·손보협회 공시자료를 인용해 고지의무 관련 민원이 2017년 14,607건, 2018년 15,724건, 2019년 21,431건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민원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생명보험회사에 접수된 부지급사유별 민원건수 현황을 보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내용이 '고지 의무 위반' 관련 민원으로, 이 수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손해보험회사의 경우 '약관상 면·부책' 다음으로 '고지의무 위반' 관련 민원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역시 최근 3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보험설계사는 특정 보험회사를 위해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일 뿐 보험회사를 대리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고 보험계약자가 보험회사에 대해 하는 고지나 통지를 수령할 권한도 없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태도이지만 보험계약자는 일반적으로 이를 잘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 현장의 실상을 보면, 보험계약자는 보험상품에 대해 보험설계사의 설명을 듣고 보험설계사를 신뢰해 보험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그런데 보험가입 초기단계에서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설계사에게 고지의무 수령권이 없고, 보험설계사 간에도 보험설계사의 소속여부에 따라 고지의무 이행여부에 대한 책임 및 보험금 지급여부가 달라져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 보험중개사 등 보험을 모집할 수 있는 자들 중에서 보험대리점은 상법(보험)에 근거해 보험회사를 대리해 보험계약자로부터 고지의무의 의사표시를 수령할 수 있는 권한인 고지 의무 수령권을 포함한 소위 보험계약 3권 등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보험설계사와 보험중개사 등은 이러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보험계약을 권유하는 보험설계사가 보험회사 소속인지 보험대리점 소속인지 보험대리점 중에서도 체약대리점 소속인지 중개대리점 소속인지에 따라 고지의무 이행여부에 대한 책임 및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보험계약자가 보험설계사를 보험회사의 대리권을 갖는 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므로 보험설계사에게 고지의무 수령권을 부여할 경우,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이행부담 및 고지의무 미이행에 따른 보험계약자의 불편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우선적으로 보험설계사에게 고지의무 수령권을 명시적으로 부여하는 방안을 입법·정책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고지의무 수동화(보험사가 작성한 질문표에 계약자가 답변을 제출하는 방식), 보험설계사에게 판매자의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 보험계약 시 전부 녹취 또는 모바일 청약시스템을 도입해 고지의무를 이행하는 방안, 민법상 표현대리권을 인정하는 고지의무 수령권 인정 등 장·단기적 개선방안에 대한 검토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