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쉼터 못열어 … 폭염대책 고심

2020-06-03 11:36:24 게재

"올해 여름 폭염일수 증가"

코로나19 감염예방이 우선

체육관·야외 등 쉼터 대체

올 여름 날씨가 평년보다 무더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무더위쉼터 운영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지자체들이 폭염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5월 말부터 9월 30일까지를 폭염대응기간으로 정하고, 지역별로 폭염대책을 마련 중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평년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폭염대책인 '무더위쉼터' 운영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거의 모든 무더위쉼터가 노인정이나 마을회관 등 실내에 마련돼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 감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이 한 곳에 모여 있을 경우 자칫 코로나19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수도권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확산되면서 여름철 인기시설인 물놀이장 운영여부를 놓고 경기지역 지자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내 물놀이시설(수경시설)은 2월 말 기준으로 분수 283곳, 조합놀이대 158곳 등 503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433곳(86.1%)은 기초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이다.

경기도가 마련한 2020년 폭염종합대책에 따르면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감염방지를 위해 무더위쉼터 임시 휴관을 권고했다. 지난해는 경기도 전역에 무더위쉼터 7031곳이 운영됐지만 올해는 대부분 휴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쿨링포그, 바닥분수 등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될 수 있는 시설 사용도 자제하기로 했다. 도는 대신 개방된 실외장소나 대형체육관 위주로 대체 운영하도록 했다. 동시에 그늘막, 그늘나무 등 폭염저감시설을 3610곳에서 5615곳으로 확대하고 취약계층 피해예방에 주력할 방침이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750가구에 에어컨도 설치해준다.

경기도내 시·군들도 폭염대응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막는 게 우선이란 반응이다. 성남시는 2일 폭염대책을 발표하면서 "올여름 폭염대책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우선으로 해 수립했다"고 밝혔다. 인근순 성남시 자연재난팀장은 "폭염대책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방지가 우선"이라며 "경로당 등 기존 무더위쉼터 대신 외부에 바람이 잘 불고 그늘진 곳 등 대체장소를 마련해 대형선풍기를 가동할 생각인데 장소 물색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광명시도 TF팀을 구성해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한 방역과 재난 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할 방침이다. 무더위쉼터의 경우 경로당 대신 노인·복지시설, 동 행정복지센터 등 공공기관 위주로 150곳을 지정했다.

전북지역 지자체들도 마을회관 등에 운영해온 '무더위쉼터', 쿨링포그·물놀이시설 등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전북지역 14개 시·군은 모두 코로나19 감염확산에 따라 지난 2월말부터 마을회관과 경로당 등을 일제히 폐쇄했고 향후 방역당국의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이를 지속할 예정이다. 지자체들은 보건소나 소방서, 금융기관 등 폭염을 피할 대체시설을 강구하고 있지만 다중이 밀집할 경우 집단감염이 우려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광주시도 올 여름 경로당·은행·복지시설 등 1452곳에 지정한 무더위 쉼터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밀집한 시설의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다.

반면 서울시는 어르신 무더위쉼터를 지난해보다 670곳 늘려 4439곳을 운영할 방침이다. 다만 코로나19 감염위험을 줄이기 위해 동시 이용 인원을 수용 가능한 정원의 50%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러나 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자율적으로 인원을 통제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곽태영 기자 · 전국종합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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