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면 들어서는 한미 방위비협상

2020-06-04 11:10:08 게재

무급휴직 문제 해결

이달 15일 업무복귀

협상 장기화될 수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양측 모두에 부담이 되고 있던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무급휴직 문제에 대해 미국 측이 태도를 바꿨다. 우리 측이 제안했던 무급휴직자 인건비 선지급 방침을 미국이 뒤늦게 수용했다. 이로써 무급휴직에 들어갔던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은 이달 15일 업무에 복귀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3일 페이스북 동영상을 통해 "SMA 미타결로 인한 일부 한국인 직원의 무급휴직이 사실상 종료된다"며 "모든 한국인 직원이 6월 15일까지 주한미군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를 한국 정부가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받아들였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한 입구.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주한미군 사령부는 이날 오후 무급휴직 근로자에게 e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 '무급휴직 근로자는 6월 15일 출근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정상적으로 출근이 이뤄지면 지난 4월 1일 한국인 근로자 4000여명에 대해 무급휴직을 단행한 지 75일 만에 무급휴직이 종료되는 셈이다.

미국이 우리정부의 '인건비 선지급' 방안을 수용한 것은 무급휴직으로 인해 주한미군 전투준비 태세의 정상적인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무급휴직 시행 이전 "(무급휴직이) 군사작전과 준비태세에 부정적인 영향 이상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두 달째 무급휴직이 이어지자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에 무급휴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부분적 무급휴직이 우리의 준비태세와 강력한 연합방위태세 제공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며 "무급휴직을 통해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인 직원의 필수적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양국 국방부의 2020년 말까지 주한미군 한국인 전 직책에 대한 자금지원 합의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한국인 직원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한 양국의 협력은 한미동맹의 힘을 보여주는 또 다른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발표는 인건비 분담을 위한 단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장기적으로는 SMA 타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한미동맹은 여전히 철통같이 공고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SMA 타결에 대한 압박인 셈이다.

미국 국방부도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모든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에게 2020년말까지 인건비를 지급하겠다는 한국의 제안을 수용했다"면서 "주한미군은 늦어도 6월 중순까지 모든 한국인 근로자가 일터로 복귀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중단하기로 한 미국 측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은 한국이 부담할 구체적인 금액 등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오늘의 결정으로 주한미군 전체 한국인 노동력에 대한 한국의 자금지원에 연말까지 2억달러(한화 2430억원) 이상이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비용은 더 협의해 봐야 한다"면서 "현재 합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문안 내용을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무급휴직을 피하기 위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에 대해서만 별도의 교환각서를 체결해 국방부가 확보해놓은 분담금 예산에서 지급하는 방식을 미국에 제안했지만 미국이 거절하면서 4월1일부터 무급휴직이 현실화 됐다.

이번 결정이 방위비분담금 협정(SMA) 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측은 이를 계기로 협상체결을 서두르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 국방부는 "한미 정부 간 공정한 방위비 분담이 모두에게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면서 "우리는 우리 동맹국(한국)이 가능한 한 빨리 공정한 합의에 이를 것을 강력 권고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한미 양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방위비분담 협상이 합의에 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미측의 무리한 인상안을 수용하면서 서둘러 협상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아직까지 양측의 이견은 여전히 크다. 한국은 13%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은 50% 인상규모인 13억달러를 요구한 상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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